코로나19 사태 이후 외부 활동이나 집단 및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제한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부 활동이나 집단 및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제한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 근무, 온라인 수업 등 가족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공간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이전에는 부담하지 않았던 일까지 가정에서 맡게 되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심리적 부담감과 피로가 증가할 수 있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보육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오후 내내 집에 있으며 매 끼니와 간식까지 챙기려고 하니 온몸이 아픈 것 같고, 별것 아닌 일에도 화가 난다. 엄마들은 이제 몸도 마음도 ‘번아웃(심신 탈진)’ 직전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집순이, 집돌이인 줄 알았던 자신이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행동이라도 자발적으로 집순이, 집돌이가 되기를 택했다면 즐거운 시간이었을 테지만 타의로 나의 행동이 제한받는 상황에서는 같은 시간도 힘들고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블루(우울증)’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통제할 수 없다고 느껴지다 보니 기존의 상황보다 우울과 불안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이로 인해 음주와 폭음이 늘면서 일상생활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화병’은 한의학에서 다루는 간화상염증의 다른 이름으로, 간화상염증은 기운이 뭉쳐져 화가 되어 몸의 상부에 각종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다. ‘울화’란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는 가운데 생기는 화다. 화병은 이러한 울화가 원인이 돼 발생한다. 우울증은 한의학의 간기울결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저하되고 마음을 뜻대로 펴지 못하는 울적한 상태, 슬프거나 공허하다고 느끼고 울고 싶은 기분을 일으키는 번잡하고 지속적인 상념에 빠진 상태다. 기운이 답답하거나 뭉쳐 잘 운행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므로, 뭉쳐 있는 기를 잘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따라서 이 두 질환 모두 가벼운 증상의 경우에는 기운이 잘 흐를 수 있도록 활동을 늘리고 생각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생활수칙이 도움이 된다. 다만 최근에는 외부 활동이나 집단 및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제한이 있다 보니 밖에 나가서 활동하기도 어렵고, 이전과 다른 여가 활동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병과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소화불량이나 체중 증가가 일어나기 쉬운데 이것 역시 화병과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아쉽지만 일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을 위한 즐거운 활동 찾아보기, 생활습관 및 자기 관리 되돌아보기, 성취를 위한 활동과 목표를 세우고 자기계발 하기, 신체적 건강을 챙기고 운동하기,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정해진 시간에 잠자기, 온라인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기,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쓰거나 명상하기 등이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유한다. 화병과 우울증은 무조건 참고 억눌러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지켜봐야 할 질환이다.


▒ 김윤나
경희대 한의대 졸업,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