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리조트의 관광곤돌라에 오르면 아름다운 백두대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사진 : 이우석>
하이원리조트의 관광곤돌라에 오르면 아름다운 백두대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사진 : 이우석>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폭염을 피해 어디론가 떠나자는 것이 피서(避暑)의 의미인데, 여름 휴가를 대부분 사는 곳보다 더 더운 곳으로 떠난다. 눈부신 백사장의 해수욕장은 도시보다 멋지긴 하지만 사실은 더 뜨겁기 마련이다.

끈적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최고 피서지는 바로 ‘고원(高原)’이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서늘하고 보송보송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차갑고 진한 산소 속에서 보내는 휴가는 글자 그대로 휴식을 보장한다. 아예 여름을 잊고 사는 강원도 정선·태백 고원에서의 하루는 쾌적하다. 몇 만명이 미지근한 바닷물 속에서 우글대는 해수욕장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처음 온 이들은 모두 놀란다. 여름이면 한반도 전체가 찜통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원한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 알고 꼭꼭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휴가 때 정선과 태백을 가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호사였다.

창문을 열면 바로 그만큼이 에어컨이 된다. 그것도 공기청정기를 부착한 것처럼 청량한 공기가 밀려든다.

해발 700~1000m 정도 고원에 형성된 이곳 도시들은 한여름 서울 기준으로 보통 5~7도 정도 온도차가 난다. 100m 오를 때마다 기온이 섭씨 0.5~0.6도씩 낮아진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실제 느낌은 더 좋다.

게다가 습하지 않아 체감하는 온도차는 더하다. 모기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시원한 동굴 속을 달리는 하이원 추추파크의 레일바이크. <사진 : 이우석>
시원한 동굴 속을 달리는 하이원 추추파크의 레일바이크. <사진 : 이우석>

즐거움이 하늘을 찔러서 ‘고원’

폭염주의보가 내렸던 7월 6일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은 25도였는데 태백은 19도였다. 아침 최저 기온이 낮다는 것은 ‘열대야’가 없다는 얘기다. 새벽엔 은근히 춥다.

이곳을 베이스 캠프 삼아 다른 곳을 다녀가기도 좋다. 마침 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가 지역 지원사업으로 실시 중인 ‘정태영삼(정선·태백·영월·삼척) 관광클러스터’ 버스 사업은 고원 여행객에게 아주 유용하다.

하이원 관광클러스터 ‘정태영삼’ 버스는 매일 오전 영월과 정선·태백·삼척 4개 시·군의 주요 관광지로 관광객을 태워다 주고 다시 데려온다. 가까운 정선장과 아라리촌에서부터 멀리 청령포, 맹방해수욕장까지 갈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다양해서 좋다. 시간대별로 꽉 채워 놓은 일정이 매우 알뜰하다.

삼척 도계에 위치한 하이원 추추파크는 기차여행의 낭만을 살려주는 곳이다. 예전에는 어딜 간다면 당연히 기차였다. 40대 이상 가장은 어릴 적 여름 휴가에 대한 기억을 항상 기차에서 찾는다.

물론 지금은 물을 끓이지 않으니 기차(汽車)가 아닌 전차(電車) 또는 열차(列車)라 불러야 하지만 상관없다. 기차가 가장 추억을 새기는 이름이다.

추추파크에는 다양한 기차가 있다. 이곳은 국내에서 마지막까지 스위치백 노선이 있던 곳이다. 높은 경사를 오르내리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지그재그로 오르던 스위치백 노선 말이다. 이제 실제 운행은 하지 않지만 추추파크에서 증기기관차 모양의 열차를 경험할 수 있다.

또 쇠줄로 객차를 끌어올리는 강삭(인클라인)철도 역시 경험해볼 수 있다. 1963년 운행을 멈춘 강삭철도는 쇠줄로 객차만 끌어올리고 승객들은 걸어서 산맥을 넘어야 했다. 그 자리에 복원된 인클라인 철도는 사람이 타고 올라 백두대간 준령들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미니열차도 있다. 세계 각국의 유명 기차를 모델 삼아 축소한 열차를 타고 파크를 한바퀴 도는 레일을 질주할 수 있다. 의외로 꽤 재미있다. 타는 아이도 보는 엄마도 즐겁다.

가장 익사이팅한 것은 역시 레일바이크다. 이 지역엔 꽤 많은 레일바이크가 있다. 정선 아우라지역에도 있고 삼척 해양레일바이크도 있다. 하이원 추추파크 내 레일바이크의 차이점은 ‘내리막길’이라는 것이다. 덕분에 롤러코스터처럼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그래서 이름도 레일코스터다). 힘들지도 않다. 거의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해발 720m 통리역에서 출발해서 날 맑을 땐 동해까지 바라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최고 시속 20㎞로 내리막길 코스(7.7㎞)를 달리며 12개의 터널을 지난다. 어둠 속을 질주하며 신비로운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서 봤던 탄차(炭車) 질주 신처럼 스릴이 넘친다.


하늘 아래 펼쳐진 야생화 정원 ‘일품’

한여름에 차를 달리지만 에어컨은 켜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다. 차창을 활짝 열어놓고 천연 에어컨을 즐긴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자유가 없는 자유로 출근길 같지가 않다.

영월, 정선, 태백 3개 시·군이 한 봉우리에서 만나는 만항재(1330m). 대한민국에서 승용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국도다. 함백산의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더 서늘하다. 바람막이를 입어야 할 정도다. 사방에 펼쳐진 산그림자 역시 눈을 시원하게 한다.

이곳에 여름 야생화가 잔뜩 피어 있다. 강인한 생명력이 잉태한 생화들이 펼치는 색의 향연은 여름의 정열을 대변한다. 돌마늘꽃, 개미취, 큰바늘꽃 등 300여 종의 꽃이 있다. 지금부터 초가을까지 계속 다른 꽃들이 피고 지고 다시 벌판을 색색 물들일 태세다. 하늘 가까이 펼쳐진 24색 팔레트에서 여행자는 여름을 잊고 만다.


▒ 이우석
성균관대 미술교육학과, 여행기자협회 회장, 14년째 여행·맛집 전문 기자로 활동 중


여행수첩

정태영삼 버스 탑승요금 어른 1만원, 중·고등학생 8000원, 초등학생 5000원. 예약 및 구매는 홈페이지. 강원랜드호텔 5층 정태영삼 관광부스에서도 할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 및 동강시스타 숙박권과 영월 및 삼척 버스 탑승권을 연계한 패키지도 판매 중이다.


먹거리 태백에 가면 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그것도 갈빗살을 먹어야 한다. 서울에서 먹던 것은 생갈비를 저미고 남는 자투리 갈빗살이지만 이곳에선 아예 갈빗살 위주로 정형하기 때문에 고기맛이 좋다.

시내 태백한우골은 마블링 좋고 고소한 갈빗살을 내는 집이다. 생갈빗살도 맛있고 양념(주물럭) 갈빗살도 맛있다. 고기를 먹은 후 된장에 소면을 넣어 먹는 된장소면도 마무리로 좋다. 문의 (033)554-4599, 4799.

태백 황지동 삼수령 오르는 길에 위치한 초막고갈두는 두부, 고등어, 갈치조림이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다. 칼칼하고 매우면서도 입맛 당기는 양념이 싱싱한 생선에 배어들어 밥을 부른다. 특히 밑에 깔린 무청 시래기가 예술이다. 문의 (033)553-7388.

하이원리조트가 자랑하는 한식의 명가 운암정은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한식을 받아들 수 있는 곳. 특히 손이 많이 가는 갈비찜을 비롯해 여러 가지 반상을 특급호텔 셰프의 솜씨로 차려 낸다.

하이원 추추파크 www.choochoopark.com
문의 (033)550-7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