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40대 후반이 되면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여러 남성 폐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개인차가 심해 30대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80세가 넘어도 왕성한 성욕을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 폐경의 특징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화병과 같은 증상이다. 이와 달리 남성 폐경은 활력과 의욕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성욕이 떨어지고 발기가 잘 안 되거나 오래 지속되지 않아 성행위가 부담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남자, 30대 중반부터 남성호르몬 감소

남성호르몬은 종류가 많다. 그중 테스토스테론이 주된 작용을 한다. 혈액 속에서 테스토스테론은 대부분 알부민과 글로불린 같은 혈장단백질과 결합돼 작용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량은 결합되지 않은 상태, 즉 유리형으로 존재하며 필요한 곳에 결합돼 남성호르몬으로 작용한다. 테스토스테론은 30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30대 중반 이후부터 테스토스테론이 1년에 0.4%씩 줄어드는데, 유리형 테스토스테론은 1.2%씩 준다. 게다가 성호르몬결합단백이 1.2%씩 증가해 유리형을 더 빠르게 감소시킨다. 이런 과정을 거쳐 40대 후반부터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든다.

한의학에서 여자는 일곱살마다 신체에 생리적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본다. 7세에 1차 성징이 나타나 ‘남녀칠세부동석’을 시켰다. 7년이 2번 지난 14세엔 생리가 시작되고, 3번 지난 21세 전후로는 성적인 성숙이 완성된다. 7년이 6번 지난 42세부터 여성호르몬 부족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7번 지난 49세 전후로 폐경이 된다. 체질에 따라 소음인의 경우 50대 후반까지 생리가 지속되지만, 소양인의 경우 40대 초반에 폐경이 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남자는 여덟살 단위로 생리적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그래도 여성보다는 변화 속도가 늦다. 8년이 여섯번 지난 48세부터 여덟번 지난 64세까지 신체가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남자도 열이 많은 체질은 남성호르몬 결핍 증상이 일찍 나타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부족 증상은 주사나 먹는 약, 또는 바르는 약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용량을 생체 리듬에 맞게 사용하기 쉽지 않고, 농도가 높아지면 에스트로겐으로 바뀌어 유방통이나 여성형유방 등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남성들이 신경 쓰는 발기부전과 같은 증상은 실데나필(비아그라 등) 같은 제제로 쉽게 해결된다. 그래서 테스토스테론 부족으로 인한 다른 증상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데나필 종류의 약은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약은 아니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열이 많은 체질의 경우는 신(腎·내분비기관, 비뇨생식기관, 뼈, 뇌, 골수, 선천체력 등의 복합적인 개념)이 약하고 성호르몬이 빨리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 신이 약해졌을 때 전통적으로 보신(補腎·신을 보하는 것, 보약을 먹어 활동력을 높임)을 많이 해 왔다.

보신을 하더라도 테스토스테론 등의 남성호르몬이 생리적 농도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아 부작용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보신을 통해 성기능 감소뿐만 아니라 근육량 감소, 활력 감소, 우울증, 기억력 저하와 같은 남성호르몬 부족 증상을 호전시킬 필요가 있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