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한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언제나 좋은 건 아니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부호 중에도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에 좋기만 한 것은 없고,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보는 관점에 따라 같은 일이 좋은 것이 될 수 있고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 서로 상반되는 성질을 음양(陰陽)이라 한다. 음양은 동시에 존재한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고, 양지가 있어야 음지가 생긴다.


현대문명 편하지만 건강엔 해로워

신체에 ‘적당함’, 즉 음양이 균형을 이루는 음양화평(陰陽和平)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체질에 맞는 생활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적당한가를 생각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꼭 옳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돼 체질로 남아 있다. 건강을 위해선 옛것을 지키고 새것을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 필요하다.

현대인의 생활 환경은 훌륭하고 먹거리도 충분하지만, 때로는 문명이 주는 혜택이 과해 ‘적당함’을 잃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몸이 요구하는 것보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고, 편한 생활에 익숙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술과 담배로 뇌를 못살게 굴면서 살아간다.

식습관에서 음양조화는 먹고 싶은 것보다 적게, 약간의 배고픔을 느낄 정도로 골고루 먹는 것이다. 우리 체질은 적은 에너지로 살아가는 데 알맞게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운동은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옛날엔 차가 없었고 먹고 살기 위해 하루 종일 움직여야 했지만 지금은 별일이 없으면 거의 숨 쉬는 운동만 한다. 당연히 많이, 자주 움직일수록 좋다.

편한 생활로 뇌가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 부지런해져야 한다. 머리가 빨리 늙지 않도록 열심히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뇌세포는 어느 정도까지는 사용할수록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활성산소나 독소 등의 찌꺼기가 많이 생긴다. 처음에는 이런 찌꺼기로 인한 손해가 얻는 이득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몸을 많이 사용할수록 찌꺼기 양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어느 시점을 지나면 뇌가 좋아지지 않고 찌꺼기로 인해 나빠지기 시작한다. 머리는 쓸수록 좋아지지만 너무 많이 쓰면 스트레스가 돼 좋지 않다. 술과 담배는 습관성이기 때문에 음양의 화평을 맞추기가 어렵다. 적당하게 하기 어려우므로 아예 끊는 것이 좋다.

적당함이 중요하다. 많을수록 좋거나 적을수록 나쁜 것은 없다. 적당하다는 표현이 모호하지만, 적당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함의 기준은 하고 싶은 것보다 덜 먹고 더 움직이고 더 부지런하고 덜 편하고 술과 담배를 절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너무 많이 먹고 별로 움직이지 않으며 게으르게 사는 편이다. 세속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다. 좀 더 ‘적당함’에 다가갈 필요가 있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