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가 뇌졸중에 걸렸답니다. 저도 요즘 피곤하고 자주 머리가 아픈 게 아무래도 걱정입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50대 남성 A씨가 찾아왔다. 전체 직원이 30명 정도인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신이 쓰러지면 회사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며 걱정이었다. 1년에 한 번 받는 건강검진은 잘 받았는지 물었다. 4년 전에 받은 것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고혈압 등이 발견돼 약물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한 번 복용하면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도 있고 너무 바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주 2~3회는 술을 마셨다. 쌓이는 스트레스는 담배로 달랬다. 하루 1갑 정도를 피운다.

그는 딱 보기에도 배가 불룩하게 나와 있었다. 허리둘레는 38인치였다. 차트에 적힌 키·몸무게를 살펴보니 170㎝에 95㎏. 진료 전 측정한 혈압은 162/98㎜으로 고혈압이다. 운동은 하는지 물어 보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잠을 잔다”며 웃는다.

먼저 뇌졸중을 포함한 심뇌혈관계 질환 위험도를 알아보기 위해 혈액검사를 권유했다. 결과를 보니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나쁜 콜레스테롤이라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다.

혈당에도 문제가 있었다. 공복혈당이 정상 수치보다 약간 높았다. 간 수치도 정상이 아니었다. 검사 결과, A씨는 전형적인 대사증후군이었다. 대사증후군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혈관계 질환이다. 그의 걱정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미세먼지도 뇌졸중 발병 요인

뇌졸중에는 다양한 위험인자가 있다. 나이·성별·가족력 선천적 위험인자 외에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이다. 흡연, 음주·비만, 운동 부족 외에도 요즘 화두가 되는 미세먼지 같은 공기오염까지 모두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A씨가 우려하고 있는 뇌졸중 발병을 막기 위해선 일단 이 위험인자들에서 탈피해야 한다. 애석하게도 그는 고혈압, 당뇨 전 단계,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음주, 운동 부족까지 아주 많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 이런 위험인자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할 수 없이 각 위험인자에 대한 개별 치료를 해야 한다. 우선 내과에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전 단계를 관리하기로 했다. 동시에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포함한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적정 체중 유지를 위해 식이 습관 개선과 함께 음주 횟수를 줄여야 하며, 대신 주 3회 자전거 타기나 빠른 걸음으로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도록 했다.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 흡연자의 뇌졸중 발생률은 비흡연자의 1.5배에 달한다.

1주일 뒤 MRI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내원했다. 큰 혈관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무증후성 뇌경색 소견이 확인됐다. 감각 장애 같은 신경학적 이상 증상은 아니지만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이 천천히 막혀 발생한 뇌의 이상 소견이다. 무증후성 뇌경색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약을 처방했다. 또 뇌혈관의 건강 유지를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머리의 백회혈과 풍지혈, 다리에 있는 족삼리혈과 양릉천혈을 지압봉 또는 엄지손가락으로 지압하도록 안내했다.


▒ 권승원
대구한의대 졸업, 경희대 임상한의학과 석사·박사 수료,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중풍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