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윤 대표는 올해 50세가 됐다. 비만과 고혈압에 고지혈증과 당뇨까지 앓고 있지만, 운동을 싫어하고 술을 좋아하며 담배도 계속 피운다. 흡연으로 구취가 심하고 가래가 끓고 가슴이 답답하고 가슴 통증도 있다.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발과 손이 저리거나 쩍쩍 달라붙는 느낌도 있다. 머리는 항상 띵하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얼마 전에 만난 사람의 이름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말을 남 일처럼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기억력이 부쩍 떨어졌다. 나이 탓을 하기에는 아직 젊다. 윤 대표는 과도한 흡연으로 뇌 기능이 떨어진 것은 아닌가 겁이 났다.


관상동맥 막혀 협심증·심근경색 생길 수도

뇌 건강을 생각한다면 윤 대표는 지금 당장 금연해야 한다. 담배에 함유된 일산화탄소와 타르 등 수많은 화학 물질과 니코틴은 스트레스와 염증을 일으켜 뇌 건강을 악화시킨다. 담배를 피우면 뇌세포 바깥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이고, 세포 내부에 타우 단백이라는 물질이 엉겨 붙는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의 동맥경화, 죽상동맥경화를 일으켜 뇌세포 수명이 줄어든다.

죽상동맥경화는 혈관의 가장 안쪽 막(내피)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돼 혈관이 막혀 혈류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흡연에 따른 죽상동맥경화는 타르 성분과 함께 뇌의 미세혈관이 순환장애를 일으켜 퇴행성 뇌질환의 원인이 된다. 담배를 피우면 혈전이 생기고 이 때문에 비교적 큰 혈관도 막힐 수 있다. 나아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뇌 조직의 포도당 이용을 막아 뇌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 밖에도 흡연은 관상동맥 경화를 일으켜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이는 향후 버거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담배는 호르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담배에 중독되면 ‘쾌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든다. 담배를 피우면 처음에는 도파민이 많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들어 담배를 계속 찾게 된다.

흡연을 하면 니코틴의 농도가 들쭉날쭉해지면서 니코틴성콜린수용체도 줄어들어 뇌가 나빠진다. 또한 만성기관지염, 폐섬유증, 폐암과 각종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흡연은 소화기에도 영향을 준다. 위산 분비가 증가하고 췌장액의 분비가 줄어들어 소화성궤양이나 위산역류는 물론 구강 내 세균 번식을 도와 입 냄새의 원인이 된다. 뇌 건강을 위해서는 당뇨나 고혈압, 비만을 관리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금연이 우선시돼야 한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