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회계법인을 운영 중인 40대 후반의 P 대표는 엉덩이가 무거운 것을 장점으로 알고 살았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에 매우 능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앉아서 업무를 봐도 끄떡없다. 취미로는 바둑이나 바다 낚시를 즐긴다. 반대로 P 대표는 움직이는 일에는 소질이 없다. 등산은 물론이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은 선천적으로 싫어한다. 심지어 입이 무거워 말수까지 적다. 

움직임은 적은데 업무상 회식을 자주 하다 보니 쉰도 되지 않은 나이에 당뇨와 고혈압이 생겨 치료받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머리가 무거워 간단한 셈도 느려졌다.


자주 대화해야 뇌 건강에 좋아

건강에 이상을 느낀 P 대표는 가벼운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몸도 마음도 엉덩이도 입도 가벼워지기로 했다. 의도적으로 큰소리로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아내가 복 달아난다고 핀잔을 주지만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앉아 있을 때 다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저녁이면 발이 심하게 부어서 구두가 잘 벗겨지지 않고 양말 자국도 심하게 남았었다. 다리도 무겁고 팽만감도 있었다. 이러한 증상은 다리에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혈전이 생기고 이로 인해 폐색전증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덩달아 심장이나 동맥의 혈전증까지 생기면 뇌경색과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P 대표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운동도 시작했다. 틈만 나면 제자리에서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한다. 강도가 약하더라도 자주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고 해 아침저녁으로 18배(拜)와 명상, 윗몸 일으키기 20회와 가벼운 맨손체조를 시작했다. 이 정도 운동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답변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이다. 가령 108배를 했을 때 운동 효과를 100%로 본다면 아침저녁으로 18배를 2회 했을 때는 가벼운 노력으로도 60~70%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주 빼먹는 108배보다 매일 실천하는 18배가 훨씬 건강에 좋다. 또한 108배보다 무릎에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고 운동을 멀리했던 P 대표는 부담 없이 가벼운 움직임으로 시작해 서서히 운동 강도를 높여갔다.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심장에서 다리로 내려간 피가 다시 심장까지 돌아오려면 최소한 1m 이상 위로 올라오는 힘이 필요한데, 심장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움직일 때 다리 근육이 수축되면서 혈관을 압박하기 때문에, 이런 압력차를 이기고, 원만한 혈액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자주 다리를 움직여주는 것이 다리 혈액순환에 좋고 부종과 혈전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리 혈액순환이 잘되면 피가 심장으로 잘 돌고, 머리에도 충분한 혈액이 공급된다. 또한 몸을 자주 움직이면 머리의 여러 곳이 깨어난다. 그러니 굼뜨지 않게 부지런해야 한다. 엉덩이가 가벼워야 한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 좋고, 입도 과묵한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이 뇌 건강에 좋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