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출판사를 운영하는 K대표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몹시 힘들다. 수면 무호흡으로 인한 저산소증 때문에 피로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50세인 K대표는 술을 좋아하고 살이 많이 쪘다. 평소 코를 심하게 골고 수면 무호흡도 심한 편이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식탐이 늘어 체중도 크게 불었다. 살이 더 찌면서 수면 무호흡 증상이 심해지자 아내의 걱정이 커졌다. 순간적으로 숨을 안 쉬는 것 같아 불안감에 한참을 지켜봐도 그대로 숨을 쉬지 않을 때가 많다. 흔들어 깨우면 겨우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지만 이내 증상이 되풀이된다. 아내는 혼자 편하게 자고 싶어도 저러다 숨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어 신경 쓰다 보면 제대로 잘 수 없다.


수면 무호흡 고치려면 살 빼는 게 중요

수면 무호흡은 공기가 지나가는 목구멍이 막혀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코가 막히거나 호흡조절 중추가 나빠져서 생길 때도 있다. 40대 이상, 살이 찐 남자, 목이 굵은 사람, 편도선이 크거나 혀가 살찐 경우, 아래턱이 작은 경우, 위산 역류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잘 생긴다. 무호흡 증상은 살이 찌면 더 심해진다. 혀도 살이 찌고 목구멍에도 살이 쪄 공기가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져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술을 마시거나 피곤하면 혀가 붓거나 혀가 목 쪽으로 내려앉아 목구멍이 막히면서 심해지기도 한다.

수면 무호흡이 심한 경우 양압기(자는 동안 코 안으로 공기를 넣어주는 장치)를 달고 자거나 입 안에 보조기를 넣고 자는 방법이 있다. 수술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권한다. 무엇보다 살을 빼는 게 중요하다. 공기가 지나가는 길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코를 골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잠들면 코골이와 무호흡 증세가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넋을 놓고 자면 부교감신경이 과하게 작용해 혀가 뒤로 더 떨어지고 기도가 많이 수축돼 증상이 더 심해진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옆으로 누워도 코골이와 무호흡 증세가 가시지 않는다. 엎드려 자는 방법도 있다. 혀가 뒤로 말리지 않고 앞으로 떨어지면서 기도가 열리기 때문이다. 엎드려 자더라도 머리를 옆으로 두는 자세보다는 수건을 말아서 옆머리 뒤쪽을 받쳐 머리를 약간 비스듬하게 해주면 목이 덜 꼬이고 혀가 뒤로 말리지 않아 무호흡 증세가 호전되기도 한다.

때로는 수건을 말아 이마와 턱에 베개를 만들어주고 코로 공기가 잘 들어가게 한 자세로 똑바로 엎드려 자는 방법도 있다. 잘 때 몸부림으로 자세가 잘 유지되지 않으면 특수한 침대가 필요하다. 침대에 구멍이 뚫려 있어 얼굴을 구멍에 대고 똑바로 엎드려 자는 방법이다.

수면 무호흡이 오래 지속되면 저산소증으로 여러 합병증이 생긴다. 만성 피로, 만성 두통, 우울증이 잘 생기고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수면 무호흡이 없는 경우에 비해 심장이 나빠지거나, 뇌졸중이 생기거나, 치매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면 무호흡을 없애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치명적인 고통은 없지만 뇌 건강과 치매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