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렇게 인상이 나쁠 수가!”

중소기업 운영자인 김 대표는 본인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진 속 험상궂은 표정의 남자가 자신임을 알아보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얼굴 표정이 나쁘다고, 표정 관리 좀 하라고 하루에도 여러 번 잔소리하던 아내가 참다못해 휴대전화로 남편의 얼굴을 찍어 보여주었던 것이다.

“인상 좀 펴요!”

김 대표는 표정을 관리하라는 아내의 요구에 오히려 더 인상을 쓴다. 원래는 넉넉하고 인상 좋은 아저씨였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50대 후반 즈음부터 아내가 기분 나쁜 소리를 하거나 조금만 언성을 높여도 금방 화를 내고 즉각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없으므로 얼마나 찡그린 인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화 오래 참으면 얼굴 일그러지고 인상 나빠져

나이 들면 남녀 모두 화가 많아진다. 그런데 여성은 성격이 강해져 화를 폭발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은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화를 못 내는 대신 자연히 얼굴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런 경험이 많고 오랫동안 쌓이면 굳어져 인상이 나빠진다.

잘 웃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웃지 않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화를 내면 머리가 나빠진다. 반대로 머리가 나빠져도 화를 잘 낸다. 결국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인 셈이다.

웃으면 똑똑해 보이지만 인상을 쓰고 있으면 웃을 때 발산되는 기(氣)가 나오지 않아 눈빛이 죽어 있다. 눈빛이 살고 기, 즉 에너지가 넘치면 뇌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잘 돌아가는 상태가 된다. 뇌가 잘 돌아가면 머리가 좋아지고 뇌가 천천히 늙는다.

또한 잘 웃으면 에너지가 풍부해지고 힘이 솟아나 잡다한 불안이나 공포를 떨칠 수 있으며, 우울감이 줄어들고 행복감이 커진다. 웃는 순간에는 호흡이 커지면서 혈액 순환이 좋아지기 때문에 자주 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어 혈당이 떨어지고 심혈관 질환이 예방되면서 혈류 순환이 잘 유지된다.

이런 이유로 뇌세포에 스트레스가 덜 가게 되고 뇌세포의 건강이 오래 유지되면서 머리가 쉽게 나빠지지 않게 된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반대로 화를 참아도 뇌 건강에 좋지 않다. 화를 내거나 참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혈당이 올라가고, 고지혈증이 생기고, 심혈관 질환과 뇌혈류 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뇌세포가 고달파진다.

화내는 데 있어 편도체와 변연계, 전두엽의 신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를 내게 되는 시작 격인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나(자아)’가 강한 것과 관련이 깊다. ‘나’가 강하면 감정적 자극에 쉽게 기분이 상하지만 ‘나’를 내려놓으면 쉽게 자극을 받지 않아 기분이 나빠지지 않고 화가 잘 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자신의 얼굴 표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의 뇌 건강을 위해서라도 부단한 노력을 통해 ‘나’를 내려놓고 많이 웃어야 한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를 천천히 늙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