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내일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내일을 위해 오늘 씨를 뿌리고 가꾸며 산다.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인생이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것이다.

만일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여행할 수 있다면 운명을 바꿀 수 있어 좋을 것이다. 반면 미래를 안다고 해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이미 결과를 다 안 채로 다시 보는 스포츠 경기나 드라마처럼 인생 자체가 재미없어질 수도 있고, 좌절하거나 꿈을 향한 열정이 식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생활습관 바꾸면 치매 예방 가능

상상 속에서 미래로 여행을 떠나 보자.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여행사의 홍보를 보고 세 명의 친구가 환갑 기념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80세가 되는 20년 후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A는 여전히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며 신체 건강과 뇌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B는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신체 건강이 좋지 않고 뇌 건강은 경도인지장애 상태였다. C는 병상에 누워 있을 정도로 신체 건강이 나빴고, 게다가 치매 환자였다.

C는 공포에 질렸고, B는 실망한 채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B와 C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 강도는 달랐다. B는 처음 한동안 생활 습관을 바꾸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당분간 좀 더 인생을 즐기기로 했다.

C는 당장 병원을 찾았다. 아직 치매를 걱정할 만한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치매를 예방하려고 몸부림쳤다.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고 몸에 해롭다는 것은 대부분 피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 생활 방식을 바꾸고 싫어하던 운동도 시작했다. 뇌 발달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취미를 갖고 사회 활동을 늘렸다.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여행사에서 타임머신 여행객을 모집했다. 이번엔 A, B, C 모두 신청하지 않았다. A는 바빠서, B는 건강 관리를 소홀히 했기에 앞날을 보기 싫어서, C는 다시 보는 것이 두려워서 타임머신에 타지 않았다.

타임머신이 발명돼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꼭 좋은 일일까? C처럼 미래를 보고 나서 사람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불안한 마음과 강박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미래를 보지 않고도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일이 달라진다. 우리는 A일 수도, B일 수도, C일 수도 있다. 미래를 모르는 상태에서 누구나 C처럼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우리 모두 A가 될 수 있다. A가 되려는 꿈을 갖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뇌는 인출만 되고 저축은 거의 되지 않는 은행 계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누구나 태어났을 때는 뇌가 부자다. 50~60대에 아직 뇌 통장의 잔고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못하더라도 있을 때 아껴야 한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것과 달리 뇌 세포는 많이 약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