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주부 홍모씨는 아침마다 양쪽 손 관절이 붓고 뻣뻣한 증상이 1시간 정도 계속된다.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생겼을 땐 류머티즘 관절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자기 몸의 관절을 공격해 염증이 발생한다. 또 관절을 많이 사용해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달리 류머티즘 관절염은 대부분 한창 사회생활을 활발하게 하는 30~60대에 발생한다. 일상생활까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한의학에서 류머티즘 관절염은 관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순환장애로 인한 혈액의 문제로 본다. 어혈(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탁한 혈액)이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인 활막에 달라붙어 염증을 유발하고 그 염증 때문에 관절이 붓고 아프게 된다. 또 염증세포가 내놓는 독이 연골을 녹여 관절에 변형이 온다는 것이다. 혈액은 전신을 돌기 때문에 점차 전체 관절에 통증을 유발한다.

류머티즘의 주범인 어혈이 생기는 원인은 체질과 장부의 기능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소화 기능이 약한 체질은 영양분의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혈액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떨어져 어혈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체질은 평소 아랫배와 손발이 차며 쉽게 피로감이나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저혈압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순환 기능이 약한 체질은 혈액순환의 원동력이 떨어져 어혈이 발생하기 쉽다. 이런 체질은 평소 몸이 늘 피곤하고 자꾸 눕고 싶어 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얼굴이 푸석푸석하다.


체질에 따라 치료법 달라

비뇨생식 기능이 약한 체질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물과 불이라는 음양 균형에서 물의 기능이 부족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서 어혈이 생긴다. 평소 열이 많고 지구력이 약하며 낮보다는 밤에 활동하기를 즐기는 체질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러한 체질적인 요인에 육체적인 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도 원인이다.

그렇다면 혈액을 맑게 하고 체질적인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치료를 해야 할까. 한의학에서는 ‘피를 맑게 하라’는 치료원칙에 따라 ‘표증치료’와 ‘본증치료’로 나눠 접근한다. 표증치료는 활막이나 관절 등에 달라붙어 염증을 유발하는 어혈을 제거해서 피를 맑게 하는 것이다. 본증치료는 체질과 생활습관을 개선해 몸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어혈 생성 자체를 막는 것이다.

대표적인 표증치료로 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건칠단’과 ‘건칠관절단’ 그리고 벌독을 이용한 ‘봉독약침요법’이 있다. 옻은 어혈을 없애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봉독약침요법은 벌독 속에 있는 아파민, 멜리틴과 같은 소염 효과를 가진 성분을 적정 비율로 희석해 주사기로 혈자리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봉독이 염증을 줄여주는 천연 소염제 역할을 해 피를 맑게 하고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본증치료를 위해서는 체질에 따라 땀을 낼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나 냉온욕, 명상을 하거나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단 오르기, 스쿼트 등을 통해 근력을 강화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순환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 이재동
경희대 한의대 졸업, 경희대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 겸 임상한약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