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 주도하는 실리콘밸리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는 보이치키 유튜브 CEO. / 블룸버그
남성들이 주도하는 실리콘밸리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는 보이치키 유튜브 CEO. / 블룸버그

페이스북과 네이버가 가장 무서워하는 미디어는 뭘까? 정답은 유튜브다.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 국내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네이버가 유튜브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셜 미디어와 검색 시장이 동영상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는 ‘유튜브의 놀이터’가 됐고, 검색 시장은 텍스트와 이미지에서 동영상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두 개의 거대한 디지털 산업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바로 유튜브다.

페이스북의 최대 콘텐츠는 유튜브 동영상이고, 유튜브 때문에 네이버는 ‘노인들의 미디어’가 되고 있다. 작년 11월 한국 10대들의 유튜브 이용 시간(127억분)이 카카오톡(43억분), 페이스북(33억분), 네이버(23억분)를 다 합친 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젊은이들의 모든 관심사가 ‘갓튜브(‘최고’를 뜻하는 ‘갓(god)’과 유튜브의 합성어)’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검색 시장의 ‘넘버 원’은 구글, ‘넘버 투’는 유튜브가 차지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혁신을 상징하는 소셜 미디어와 검색 시장을 뒤흔드는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는 수잔 보이치키(Susan Wojcicki·50) 유튜브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그는 지난 2월 한 콘퍼런스에서 ‘동영상 퍼스트’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향해 “아기 사진 공유에나 신경 써라”고 쏘아붙였다. 쓸데없이 유튜브가 장악한 동영상 시장을 넘보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들의 사진 공유 서비스로 히트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직격탄이었다.

보이치키 CEO는 실리콘밸리 혁신을 상징하는 기업인 구글의 ‘대모(代母)’이자 마초들이 주도하는 실리콘밸리를 평정한 ‘수퍼 맘’이다.

‘구글의 어머니(Mother of Google)’란 그의 별명은 과장이 아니다. 구글은 1998년 9월 그가 살던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집 차고에서 탄생했다.

보이치키 CEO가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2명(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에게 한 달에 1700달러를 받고 차고를 빌려주고 ‘컴퓨터 괴짜들’과 피자와 초콜릿을 먹으며 컴퓨터와 IT가 가져다 줄 멋진 신세계에 대해 토론한 일화는 실리콘밸리 창업의 전설이 됐다.

구글이 채용한 16번째 직원이자 첫 여직원, 구글에서 아이를 임신한 첫 여직원, 구글에서 첫 출산 휴가를 간 여직원이 그였다. 구글 탁아소가 그의 제안으로 생겼고 여직원의 유급 출산 휴가를 18주로 늘린 사람도  보이치키 CEO다. 구글 입사 당시 임신 4개월이었던 그는 아이 다섯 명을 낳고 세계 최대 동영상 기업의 수장이 됐다.

따지고 보면 유튜브도 그가 입양한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2005년 구글 비디오를 맡아 동영상 플랫폼을 개발하던 그는 2006년 어느 날 두 명의 중국 학생들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보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어린 학생들이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면서 백스트리트보이스의 노래 ‘As long as you love me’를 립싱크를 하는 영상이었다. 그는 구글이 동영상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경쟁 기업(유튜브)을 인수하는 것이 낫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구글은 6개월 뒤 작은 스타트업 기업에 불과했던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에 인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튜브의 현재 기업 가치는 900억달러가 넘는다. 그는 훗날 “학생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서 누구나 스튜디오 없이도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리더십’ 강조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수퍼 맘’답게 여성의 사회 진출,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의 여성 채용 확대와 여성 친화적 기업 환경 마련에 적극적이다.

“다섯 아이들이 내 경쟁력의 비밀이다. 구글의 미래 고객인 아이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라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

평소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하는 그는 2014년 다섯 번째 출산 휴가 직전 월스트리트저널에 “구글이 출산 휴가를 18주로 늘리자 여직원 퇴사율이 50%나 감소했다”며 여성 친화적인 기업 환경이 경쟁력임을 강조했다. 그가 유튜브 CEO가 된 뒤 24%였던 여성 인력 비율이 30%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1998년 결혼한 남편(데니스 트로퍼)과 다섯 명의 자녀를 둔 그는 매일 오후 6~9시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등 ‘가정과 일의 균형’을 실천하는 삶으로 유명하다. 유급 출산 휴가 확대, 여학생의 기술 기업 진출, 코딩 교육 지원 등의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보이치키 CEO는 1968년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교수인 스탠리 보이치키 교수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폴란드 출신, 어머니(에스더 보이치키)는 러시아계 유대인 교육자였다. 친할아버지는 폴란드 제헌의회(1947년) 국회의원을 지냈다.

스탠퍼드대 인근 팰로앨토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당초 경제학 박사 과정에 진학하려 했으나 대학교 4학년 때 컴퓨터 과학 입문 과정인 ‘CS50’ 강의를 듣고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동경이 생겨 진로를 바꿨다. 캘리포니아대 산타 크루즈 캠퍼스(1993)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1998년)를 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 인텔, 베인앤드컴퍼니 등에서 마케팅, 컨설팅 관련 일을 하다 1999년 마케팅 담당으로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 이미지, 구글 북스, 구글 애드워즈, 애드센스, 더블클릭 개발에 참여했고 광고와 판매를 담당했다. 2006년 유튜브 인수, 2007년 ‘더블클릭’ 인수(31억달러)를 주도했다. 2012년 광고 책임자인 그가 구글 매출의 87%를 올렸다고 한다.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6위(포브스)에 선정됐다. 개인 자산은 4억1000만달러로 ‘포브스’ 선정 ‘미국의 자수성가한 여성’ 41위에 올랐다.


Plus Point

남편·어머니도 ‘구글 가족’

남편인 데니스 트로퍼(왼쪽)도 한때 구글에서 일했다. / 블룸버그
남편인 데니스 트로퍼(왼쪽)도 한때 구글에서 일했다. / 블룸버그

보이치키 CEO 자신은 물론 남편 데니스 트로퍼도 한때 구글에서 일했고 어머니도 구글의 교육 컨설팅을 맡았을 정도로 ‘구글 가족’이다.

특히 둘째 동생이자 유전자 분석 기업 ‘23앤드미(23andMe)’의 창업자 앤 워치츠키(Anne Wojcicki·45)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이다.

브린은 ‘23앤드미’ 제품을 통해 본인에게 파킨슨병이 발병할 확률이 20~80%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도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23앤드미’의 유전자 분석 키트는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8년 혁신제품’에 선정됐다.

2007년 5월 결혼한 두 사람은 아들(10)과 딸(7)을 낳았으나 브린이 구글 글라스의 마케팅 책임자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2013년 별거에 들어갔고 2015년 법적으로 갈라섰다. 두 사람이 공동 설립한 복지 재단 ‘브린·보이치키 재단’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보이치키 CEO는 “(두 사람의 이혼으로) 가족 전체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일’과 ‘사생활’을 분리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직속 상관이 래리 페이지였기 때문에 회사에서 껄끄러운 일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