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서 잠이 안 와 힘듭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대표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2년 전부터 매출이 줄면서 실적에 대한 압박, 직원들의 잦은 이동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하루 24시간 온종일 회사 걱정만 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휴일, 지인들과 골프 치는 중에도 마음 한쪽에는 회사 매출 걱정뿐입니다.”

최근 경기 압박으로 많은 경영자들이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예전처럼 화병이 이른바 ‘시월드’에 살고 있는 며느리만 걸리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CEO들도 화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고성장 시대에는 밤새워 일을 하더라도 만족감을 느꼈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모든 것이 기를 억누르는 울화가 돼 화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가슴 답답증, 상열감, 불면증 등이 증상

스트레스가 쌓여 나타나는 화병은 불면증과 가슴 답답함, 치밀어 오름, 상열감, 두통, 가슴 두근거림, 초조·불안 등이 주요 증상이다. 보통 우울감, 의욕 상실이 증상인 우울증과는 달리, 화병은 가슴 답답함, 상열감 등 신체적으로 느끼는 증상이 주를 이룬다. 특히 화병이 진행돼 불면증이 나타나 진료실을 찾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병으로 고생하는 CEO들은 이런 증상 때문에 회사일은 물론 일상생활도 힘들어한다. 그런데도 막상 치료 계획을 잡으려면 바빠서 병원 올 시간도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그대로 놔둔데다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결국 화병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화병 치료의 우선 원칙은 스트레스가 지속돼 쌓이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휴식 시간에는 진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끔 찾아오는 휴식 시간만이라도 회사일을 생각하지 않도록 마음 속으로 다짐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화병을 치료할 준비는 끝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휴식은 중요한 마음의 습관이다. 이런 습관은 정신적 휴식을 가져다주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주며,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준다.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면 화병의 증상들이 사라지고, 경영에 집중하게 되고 효율도 좋아지는 것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화병을 예방하기 위한 다른 원칙을 뽑는다면 수면 전 이완이다. 대부분 바쁜 회의와 미팅에 시달리게 되면, 밤 늦게 지쳐 쓰러져 잠드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자칫 낮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수면을 방해하기 쉽다. 깊은 수면에 들지 못하고 자주 깨게 된다. 이런 습관은 만성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화병을 유발하게 된다. 화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자기 전에 이완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잘 준비를 한 다음, 침상에 누워 편안하게 호흡하면서 팔과 다리에 힘을 뺀다. 힘을 빼는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이 한 가지 습관만으로도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고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 조성훈

경희대 한의대 졸업,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장

조성훈 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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