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솔루션 회사인 SAS를 창업한 짐 굿나잇 회장. / SAS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이 주목받으며 새로운 원천 자원으로 떠오른 데이터. 데이터가 이처럼 주목받기 훨씬 전부터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42년간 단 한 해도 빠짐없이 매출을 키워온 회사가 있다. 짐 굿나잇(Jim Goodnight)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1976년 설립한 SAS 인스티튜트(이하 SAS)다.

SAS는 지난해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3위에 올랐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포함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캐리에 있는 SAS 본사는 직원별로 모두 개인 사무실을 제공한다. 회사 캠퍼스에는 아이를 가진 부모를 위한 유아원뿐 아니라 의사·간호사가 상주하는 병원까지 있다. 이 병원의 의료 서비스는 직원은 물론 배우자·부양가족 모두가 누릴 수 있다.

한국이 최근 주당 52시간 근무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것과 달리 SAS는 이미 주당 35시간 근무 체제에서 일하고 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 기본이고, 오후 5시면 전화기는 자동응답으로 자동 전환된다. 근무 스케줄을 직접 짜는 등 근무는 자유롭다. 각종 복지시설이나 근무시간보다 더 확실한 복지는 해고나 정년이 없다는 점이다.

SAS가 세계 최고의 근로조건을 선사할 수 있게 만든 배경에는 탄탄한 기술력과 이에 기반한 실적에 있다. 지난해 SAS 매출액은 32억4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였다. 전 세계에 지사만 400개 이상, 파트너사는 800개가 넘는다. 세계 149개국 8만3000개가 넘는 기업, 학교, 정부, 연구기관 등에서 SAS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쓰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포천’ 선정 500대 글로벌 기업 상위 100곳 중 94곳이 SAS 고객이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하나로 탄탄한 회사, 꿈의 직장을 만든 창립자인 굿나잇 SAS 회장.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석사 과정 재학 당시에는 1960년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가했다. 1966년 박사 과정 당시 미 농무부(USDA)가 8개 대학과 방대한 농업 데이터를 분석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했다.

데이터 분석의 정점에 선 전문가인 굿나잇 회장이 4월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콜로라도주(州) 덴버에서 열린 ‘SAS 글로벌 포럼 2018’에서 “데이터 분석 기술이 진화해 AI 기술로 발전한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최근 SAS는 AI 기술로 기존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강화했다. ‘SAS 바이야(Viya)’라는 통합 솔루션을 통해 누구나 쉽게 AI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AI 기반의 스트리밍 분석, 실시간 마케팅,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사기 탐지,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덕분에 지난해 ‘포천’이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50개 기업’에도 선정됐다.

AI 기술의 단초가 되는 데이터 분석의 거장인 굿나잇 회장은 AI와 데이터 분석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AS 글로벌 포럼이 열린 덴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굿나잇 회장은 “AI가 결합된 데이터 분석이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AS 소프트웨어는 청소년 자살 예방이나 금융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활용된다. 캐나다 정부 지원으로 활동하는 캐나다 헬스 인포웨이는 SAS 솔루션을 활용해 15~25세 트위터 사용자의 포스팅을 분석해 자살 위험성이 있는 사용자를 식별한다.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은 머신러닝을 이용해 소비자 불만 사항을 접수하고 자동으로 응대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굿나잇 회장이 기업 고객 유치 외에도 여러 단체나 연구기관과 협업하는 것은 이와 같은 ‘선(善)을 위한 데이터(Data for Good)’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가장 궁금했던 점은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 그가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같은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굿나잇 회장은  “AI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기보다 늘려줄 것”이라며 “최근 많은 기업이 자동화를 위해 AI 전문가를 뽑으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일부 제조업이나 운전, 청소와 같은 서비스 직군에서 감소할 수 있지만 이런 문제보다는 AI가 사람들 능력을 강화해 새로운 일을 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굿나잇 회장은 일자리 감소보다 오히려 AI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AI가 발전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딥뉴럴네트워크(DNN)가 등장하고 딥러닝 등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를 이해하고, 과거에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들여다보고, 이런 내용을 AI에 교육시키는 것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AI 성능이 좋아지면서 음성 인식, 텍스트 전환(STT), 음성 생성(TTS), 이미지 인식 등으로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문제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계속해서 알고리즘을 강화하고 데이터를 주입해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데, 이것은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고 덧붙였다.

결국 굿나잇 회장은 AI, 데이터, 데이터 분석 모두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이자 자원으로 보는 셈이다. 최근에는 많은 회사들이 디지털 변화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혁신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사람을 위한 환경 만들기’다. SAS가 근로 환경 외에 자연 환경과 같은 부분까지도 신경 쓰는 데서 잘 드러난다.



자연환경에 둘러 싸인 SAS 본사. / SAS

매년 매출액 대비 20% R&D에 투자

SAS 본사의 면적은 364만㎡(약 110만 평)에 이른다. 직원들은 본사를 가리켜 서슴없이 ‘SAS캠퍼스’라고 부른다. 자연 환경에 둘러싸인 본사 분위기는 SAS 개발자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고 하는 일을 공유하도록 도와준다. 또 서로가 업무에 대해 조언하고 격려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SAS의 연간 이직률은 2.6%에 불과하다. 고된 업무로 이직률이 높은 IT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평생직장인 셈이다. SAS는 대학교수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안식년 제도를 두고 있다. 무급으로 52주까지 쉴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직원들은 재충전 기회를 얻는다.

회사를 관두는 직원이 적기 때문에 나이 든 직원이 많다. 1964년 이전에 태어난 직원의 비율이 35%에 달한다. 1965~60년에 태어난 세대는 47%다.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15.5%로, 스스로 그만두기 전에는 웬만해선 쫓아내지 않는다. 노조도 없고 스톡옵션도 없고, 1976년 창업 이후 적자를 낸 적도 없다.

단순히 좋은 업무 환경을 조성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굿나잇 회장은 “도전 자체가 기업에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SAS는 지난해 매출의 26%를 R&D에 투자했다. SAS는 매년 매출액 대비 2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굿나잇 회장은 “사람을 근간으로 하는 환경 조성과 R&D 투자 덕분에 SAS 솔루션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고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특히 SAS 솔루션은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르게 어떤 개발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김범수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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