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8일 행사에 등장한 한국 공군용 ‘F-35A’ 전투기 1호기. 사진 록히드마틴
2018년 3월 28일 행사에 등장한 한국 공군용 ‘F-35A’ 전투기 1호기. 사진 록히드마틴

올해 3월 28일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 있는 록히드마틴 공장에선 한국 공군에 공급될 ‘F-35A’ 전투기 1호기의 출고식이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는 공군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이 출고식에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되면서 출고식에 참석하는 인사들의 격을 낮추고, 행사의 규모를 축소해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F-35’에는 태극 마크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이 F-35의 등장은 우리 국군의 무기 도입 역사에 있어 엄청난 사건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스텔스로 대변되는 5세대 전투기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한국은 F-35를 지난 2014년 공개경쟁 없이 수의계약에 따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당시에 공군은 물론 대부분 전문가나 마니아들도 ‘F-35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5세대 전투기가 도입되면 이전 세대 전투기로 맞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세대 전투기의 대표 격인 ‘F-15’는 중동전쟁과 걸프전쟁에서 벌어진 여러 공대공(空對空) 전투에서 단 한 기도 손실을 보지 않고 적군의 비행기 74기를 격추했다.

하지만 F-15를 비롯한 4세대 전투기도 5세대 전투기인 ‘F-22’와 모의 교전에서는 경악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4세대 전투기는 지난 2006년 알래스카에서 5세대 전투기와 실시한 훈련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다. 4세대 전투기가 108기 격추될 동안 5세대 전투기는 단 한 기도 무너지지 않았다. 이처럼 5세대 전투기를 보유한 나라와 그러지 못한 나라의 전력 차이는 단순히 숫자의 우위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전투기 분야는 질적인 보완이 없다면 단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우세를 차지할 수 없다.

주변국의 전투기 도입 현황을 살펴보자. 러시아의 ‘Su-57’이 아직 실전에 배치되기 전이고, 중국의 ‘J-20’은 성능이 입증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일단 F-35 도입을 통해 주변국보다 앞서는 첨단 전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에게 많은 기대를 안겨준 전투기 F-35는 정작 미국에서 개발이 진행되는 중에는 말이 참 많았다.

미국은 F-35를 냉전이 종식된 직후인 1993년에 수립된 JSF(합동타격기·Joint Strike Fighter) 프로젝트에 따라 개발을 시작했다. 개요는 군비 축소가 대세가 된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2000년대 후반부터 퇴역이 이루어질 공군·해군·해병대의 노후기 대체 기종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취지였다. 이렇게 하면 개발과 양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최초 구상했던 시점인 1990년대에 F-35의 가격은 1대당 2000만달러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 가격은 2002년에는 5000만달러로 오르더니, 2010년에는 7400만달러로 훌쩍 뛰었다. 결국 2015년에는 1대당 가격이 1억달러가 됐다.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해도 초반보다 5배가 넘게 상승한 가격은 분명히 기존의 목표를 벗어난 불만스러운 결과다.

가격이 자꾸 올랐던 가장 큰 이유는 성격이 너무 다른 기존 공군·해군·해병대의 전투기 플랫폼을 통일한 기체를 개발하는 것이 예상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F-35는 이 모든 기체들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해야 했다. 기존에 미국 공군은 ‘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 해군은 항공모함용 ‘F/A-18’ 전폭기 그리고 해병대는 ‘AV-8’ 공격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전투기들은 임무와 역할이 다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미국은 공군과 해군이 각기 다른 전투기를 운용해 온 것이다.

F-35는 이처럼 특성이 다른 전투기들에 모두 호환되는 플랫폼을 개발하다가 난항을 겪었다. 결국 개발 목표 시점이었던 2010년을 넘겨버렸다. 여기에 애당초 약속한 것보다 개발 비용이 급증하면서 일각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이 돼서야 개발이 끝나 실전 배치가 시작됐다.


폭탄 투하 훈련 중인 미국 공군 소속의 ‘F-4E’ 팬텀. 원래 해군 함재기용으로 개발됐으나 성능이 좋아 공군도 주력 전투기로 운용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폭탄 투하 훈련 중인 미국 공군 소속의 ‘F-4E’ 팬텀. 원래 해군 함재기용으로 개발됐으나 성능이 좋아 공군도 주력 전투기로 운용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실패 교훈 삼아 치밀하게 계획 세워야

재미있는 점은 미국의 군용기 개발 역사를 살펴보면 하나의 기체로 각 군이 사용하는 전투기를 통일하려고 했던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제2차세계대전 후에 시도했던 ‘F-4’와 ‘F-111’의 사례가 있다.

미 공군은 해군이 항공모함용 전투기로 개발한 F-4를 따라서 1962년부터 도입했다. 공군과 해군의 뿌리 깊은 라이벌 의식을 고려한다면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F-4의 성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이만한 전투기가 없어 애를 먹던 공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운용되도록 개발된 함재기(艦載機·항공 모함 등에 싣고 다니는 항공기)를 공군기로 도입한 사례였다.

이에 고무된 미국 국방부는 당시 공군이 도입하려고 고려 중이던 신예 전폭기 그리고 해군의 차세대 함대 방공용 전투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일하려는 시도를 했다. 두 기체가 모두 장거리 비행 능력을 요구한다는 데서 착안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전술 작전기가 F-111이다. 각종 실험을 거쳐 공군형으로 개발된 ‘F-111A’는 1967년부터 실전에 배치됐다.

그러나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에 너무 무거워 해군형인 ‘F-111B’ 개발은 어려움을 겪다 결국은 취소됐다. 장거리 비행을 제외한다면 해군과 공군이 요구하는 세부 조건이 완전히 달랐음에도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여 나타난 결과였다. 이처럼 참고할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있음에도 미국 국방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 F-35 개발에 상당히 애를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의외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난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부동산은 민생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지만 모두에게 만족을 주기 어려운 난제다. 쓰라렸던 지난 경험을 교훈 삼아, 보다 치밀한 대책을 세우고 진행해주기를 기대한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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