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와의 미팅을 위해 집을 나서던 50대 A사장은 정장을 꺼내다 고민에 빠졌다.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을 때마다 어깨에 내려앉는 하얀 가루가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마다 정장 입는 일이 망설여지니 이것 또한 스트레스다.
비듬은 사람의 두피에서 각질 세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말한다. 오래된 두피 각질 세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평소보다 양이 많거나 가려움증, 피부 홍반, 탈모 등이 동반된다면 지루 피부염과 같은 피부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지루 피부염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미생물(세균·진균 감염), 내분비 이상, 대사 이상, 약물작용, 식습관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피지 분비가 증가하고 피부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불면, 음주, 영양 결핍 등은 지루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 병의 경과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치료 후에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 염증 치료 외에도 스트레스, 수면·식이요법 등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듬의 종류에 따라 관리 달라야
A사장은 최근 날씨가 건조해져서 그런지 비듬이 갑자기 늘었다. 머리를 자주 감아서 건조한 것 같기에 이틀에 한 번꼴로 감아도 봤는데 오히려 뾰루지까지 생기면서 비듬이 더 심해졌다. 이러다 머리카락도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A사장은 건성 비듬 환자의 특징을 보인다. 건성 비듬이란 땀과 피지가 부족해 두피가 건조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의학에서는 과로나 수면 부족, 급격한 다이어트, 식이불균형, 스트레스 등으로 혈의 생산에 문제가 생기거나 혈이 지나치게 소모되는 ‘혈허(血虛)’ 상태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과로나 스트레스를 줄이고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밤 11시에서 새벽 3시 사이에 6~8시간 정도 충분히 자야 한다. 머리를 감을 때는 약산성 샴푸를 사용해 세균이나 진균의 번식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뜨거운 물은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물로 감는 것이 좋다. 비듬이 많다면 항진균제 비듬 전용 샴푸를 주 1~2회 정도 전문의 상담하에 사용하면서 샴푸 전후에 두피 에센스를 발라 피부에 적절한 유분과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 반면, 50대 B사장은 최근 술자리에서 기름지고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서 두피에 기름기가 많아지고 비듬도 더욱 많아졌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출근해도 몇 시간만 지나면 다시 비듬이 생겨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지성 비듬은 피지 분비가 과도해지면서 각질 세포와 기름이 뭉쳐 탈락하는 것을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평소 기름진 음식과 술을 즐겨 먹고 소화 기능이 나빠지면, 피부와 모발에 영양을 주는 기능이 떨어지는 ‘습열’을 원인으로 본다. 이로 인해 얼굴과 두피에 피지량이 늘어나고, 진균이 증식하며, 염증이 잘 생기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과 음주를 피하고 규칙적이고 소식하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또 피지량에 따라 비듬용 샴푸의 횟수를 조절하되 가능하면 저녁에 샴푸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 김규석
경희대 한의대,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전문의, 동서의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