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 기념관에 놓인 추모 꽃다발. 사진 위키피디아
아우슈비츠 수용소 기념관에 놓인 추모 꽃다발. 사진 위키피디아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과식을 피하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몸에 해로운 술과 담배는 당장 끊는 것이 좋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모두 어떤 생활 습관이 건강에 좋은지 알면서도 일상에서 이런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는 의미다.

인간은 입에서 맛보기에 감미롭고 기분이 좋아지는 행위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 때문에 소박한 식사를 즐기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금욕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속에서 신선처럼 살고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이런 사람은 심성도 착하고 바를 것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긍정적인 편견을 어이없이 깨뜨린 인물이 있다. 바로 인류사 최고의 악인 중 한 명인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다.

그는 대단히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이후 환심을 사려거나 이득을 취하려던 여자들이 한시도 끊이지 않고 그의 주변을 배회했다. 거기에다 당시는 권력자의 여성 편력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그의 첫사랑이던 조카 겔리 라우발 그리고 그녀가 자살한 후에 만나서 사실혼 관계를 맺고 함께 생을 마감한 에바 브라운을 제외한 그 어떤 여자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히틀러가 성불구자이기 때문에 이처럼 이성에게 무덤덤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더해 히틀러는 술, 육식, 담배를 철저히 멀리했다. 애주가였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탓에 음주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1944년 12월의 벌지 전투 초기에 독일의 진격이 성공하자 기분이 좋아서 와인을 한잔 먹는 것을 보고 측근들이 매우 놀랐을 정도로 술과 철저히 담을 쌓았던 인물이다.

히틀러가 육식을 멀리한 것은 더욱 유명한데, 함께 식사하는 이가 고기를 먹는 것을 금하지는 않았지만 고기 수프를 ‘동물 사체 국물’이라고 경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단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학대받는 동물을 보면 불쌍해서 고개를 돌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육식을 즐기는 행위는 위선적이며, 지배자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수시로 역설했다.

게다가 그는 ‘담배는 만병의 근원’이라며 자신 앞에서 그 어떤 이에게도 흡연을 허락하지 않았을 만큼 철저히 배척했다. 특히 여성의 흡연은 2세에게 영향을 준다며 더욱 혐오했다. 그는 “흡연자들의 이빨이 누렇게 변하고 맨날 가래가 끓으며 운동할 때마다 폐활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입술과 피부는 죽은 사람 시체처럼 어둡게 변하게 만드는데 전혀 건강에 이로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히틀러는 국민에게 담배의 해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의학적으로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분석하도록 지시했다. 금연과 관련한 그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유효할 만큼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쟁이 끝나고 독일에 들어온 담배. 사진 위키피디아
전쟁이 끝나고 독일에 들어온 담배. 사진 위키피디아
자신의 애인 에바 브라운, 반려견과 함께한 히틀러. 사진 위키피디아
자신의 애인 에바 브라운, 반려견과 함께한 히틀러. 사진 위키피디아

바른 생활 뒤 잔인한 심성

히틀러는 이처럼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류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율배반적인 인물이었다. 히틀러는 동물 복지에 관해서는 시대를 앞선다는 평가를 들었던 인물이지만, 1944년 미수로 끝난 암살 사건의 주모자들이 목이 매달려 고통 속에 죽어가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했을 만큼 심성이 잔인했다.

이런 일은 복수심 때문에 그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폭력성은 이미 그가 권력을 잡기 이전부터 널리 알려졌다. 1934년에 있었던 ‘장검의 밤 사건’에서 보듯이 권력을 잡기 위해 한때 생사를 함께했던 동지들도 잔혹하게 제거했다. 거기에다가 금연을 외치면서 독가스를 이용해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도록 만들었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을 일으킨 이들은 부지기수지만 히틀러에 의해 시작된 제2차세계대전은 규모와 잔혹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6년 동안 유럽에서만 최소 3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쟁에서는 전선에서 전사한 군인처럼 교전 중에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은 이들에 더해, 수백만 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히틀러는 유대인, 집시, 슬라브인, 선천적 장애인 등을 단지 혐오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살했다. 구체적인 살인 방법까지 지시한 것은 아니었으나 인류사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최고 책임자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죽어간 수많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범죄다.

히틀러는 웰빙을 몸소 실천하는 더할 나위 없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역사에 남긴 해악은 그야말로 정반대였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이미지와 선전에 당시 많은 이들이 철저히 속았다. 히틀러가 악마였다는 사실을 독일 국민이 깨달았을 때는 전쟁에서 패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망가진 후였다.

기업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광고한다. 홍보활동은 봉사나 기부 같은 각종 사회 참여 활동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물론 선의에 의한 경우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해 대부분은 철저히 계획된 경영 행위의 일환이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너의 몰상식한 갑질 행위나 분식회계처럼 깊숙이 감춘 부도덕한 행위가 드러나면서 이런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경영의 본질은 잘 포장해서 바람직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아무리 히틀러가 모범적인 생활 습관을 가졌고 그렇게 선전됐어도 결코 미화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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