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월 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부대기 및 준장 진급자 삼정검(준장 진급자에게 주는 칼) 수여식’에서 김운용 지상작전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부대기 및 준장 진급자 삼정검(준장 진급자에게 주는 칼) 수여식’에서 김운용 지상작전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월 9일, 전방을 담당하던 육군의 제1야전군사령부와 제3야전군사령부가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합됐다. 일반 사회처럼 군도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조직의 △창설 △분리 △통합 △해체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어쩌면 흔하게 반복되는 일상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언론 매체에서도 군의 조직 개편을 비중 있는 뉴스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조직 개편은 대한민국 육군 역사에 있어 상당히 의미가 컸던 조직 개편이었다. 노태우 정부 당시였던 1988년에 수립된 이른바 ‘8·18계획’에서 처음 거론된 계획이 무려 30여 년 만에 완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와 2019년의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군 조직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기본 목적과 방향은 동일하다.

반대로 이는 두 개의 야전군사령부로 나뉜 전방의 지휘 체계가 비효율적임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무려 한 세대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만큼 조직 개편이 어려웠던 일이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군은 공식 보도 자료에서 국방개혁 2.0의 신호탄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야전군(野戰軍)은 예하(隸下)에 여러 군단과 직할 부대들을 거느린 거대 편제다. 전시를 대비한 사령부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미 8군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완편된 야전군이라면 병력이 10만~30만 명에 이른다. 국군의 경우 이번 통합 직전에 제1군에 9개 사단, 제3군에 15개 사단이 배치돼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다수의 야전군을 지휘하는 병력 30만~100만 명 규모의 집단군도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한국처럼 현재까지 야전군 편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드물다. 한국전쟁을 겪은 후 국군은 65만 명 내외의 병력을 유지해 왔다. 그중 대부분인 55만 명 정도가 야전군 체제로 운영되는 육군이다. 복수의 야전군으로 병력과 부대를 관리해왔던 것이다.

야전군 밑으로는 군단, 사단, 연대, 대대 등의 순으로 부대가 편성된다. 이는 전쟁과 군대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20세기 초에 정립된 구조다. 최근에 이런 오래된 방식을 탈피해 조직이 △군단 △여단 △대대로 보다 슬림화하는 추세다. 단위 부대가 담당할 수 있는 작전 구역이 과거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부대의 작전 능력은 교통, 통신, 화력의 발전에 의해 크게 달라진다. 미군 기준으로 1개 사단의 작전 가능 면적이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 당시보다 4~8배 정도 넓어졌다. 국군도 병역기간 단축, 징집자원 감소 등의 이유로 2022년까지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대대적인 후속 개편이 있을 예정이다.


1월 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지상작전사령부 대강당에서 열린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식에서 왼쪽부터 김운용 지상작전사령관, 박한기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월 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지상작전사령부 대강당에서 열린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식에서 왼쪽부터 김운용 지상작전사령관, 박한기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직, 만들기 쉽지만 되돌리기 어려워

지상작전사령부는 임무만 놓고 본다면 1973년 이전의 제1야전군사령부 당시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이지는 않겠지만 마크를 제1야전군사령부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지상작전사령부는 임무만 놓고 본다면 1973년 이전의 제1야전군사령부 당시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이지는 않겠지만 마크를 제1야전군사령부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새로운 야전군 지휘부인 지상작전사령부가 탄생하는 데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만큼의 긴 시간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야전군은 사단 같은 전술 단위 부대와 달리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변성이 좋은 조직을 통폐합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시스템 구축 등 통상적인 업무 통합을 넘어서는 걸림돌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일부 매체의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육군 1·3군사령부가 통합돼 지상작전사령부로 개편되면, 여기에서만 육군 장성 자리 21개가 줄어든다. 대장 2명이 지휘하는 1군·3군이 합쳐지면 대장 자리 하나가 없어진다. 그동안 국방부와 육군은 대장 1석 감축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그만큼 갈등이 컸다는 얘기다. 대장 자리 1석을 한 번 없애면 나중에 복원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육군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것 때문만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주장이다. 생계가 걸린 직장과 일자리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조직 개편으로 불이익을 받는 이들의 반발이 있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기업에서도 혁신을 위해 툭하면 단행하는 것이 구조 조정인데 제 살을 도려내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사실,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은 혁신이라고 할 수도 없다. 1973년 7월 1일, 경기도 일대를 전담하기 위해 제3야전군사령부가 창설되기 전까지 일부 주한미군 관할 지역을 빼놓고 전선은 제1야전군사령부가 모두 담당하고 있었다. 더구나 교통, 통신, 화력은 당시가 훨씬 열악했다. 엄밀히 말해 46년 전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돼버린 현실에서 보듯, 조직은 만들기 쉽지만 없애기는 어렵다. 조직이 늘어나면 결재나 협조 단계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조직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효율이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상작전사령부는 기업의 조직 관리와 관련해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