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애플은 미래를 앞서가는 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힐 수 있다.
넷플릭스와 애플은 미래를 앞서가는 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힐 수 있다.

많은 경영자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기업이 향후 3~5년간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해봤자, 미래의 그 시점에는 예전에 세웠던 그 목표는 빛이 바래게 된다. 현재를 좀 더 풍족하고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한 것이지,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의 행보가 아니다. 즉,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3~5년간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봤다. 단지 현재 생존을 위해 간신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을 뿐이었다. 이런 회사가 쓰는 전략은 대개 벌어놓은 돈을 안 쓰고 모아 놓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돈을 많이 모아놓았다고 이런 회사들이 미래에 비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미래의 비전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회사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다시 3~5년간의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구성원을 몰아세운다. 하지만 이런 일의 반복은 구성원을 ‘시시포스의 돌 굴리기’에 동원하는 것과 같다. 시시포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을 기만한 죄로 돌을 굴려 산 정상에 올려놓으라는 벌을 받았다. 정상에 돌을 올려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지고, 바닥에 있던 돌을 또 굴려서 다시 정상에 올려놓아야만 했다. 단기적인 생존을 위한 전략적 목표는 시시포스의 돌 굴리기처럼 종업원, 고객, 경영진 모두에게 끊임없는 비극을 안겨주는 씨앗이다.

전략적 목표를 크게 세우고 여기에다 멋진 옷을 입히고 이것을 비전이라고 선전하는 회사들은 더욱 위험하다. 이런 회사들의 비전은 사막의 신기루다. 분칠을 한 목표를 비전으로 선전해 종업원의 마음을 울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해봤자 더 심각한 갈증에 시달릴 뿐이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큰 성장을 구가했던, 백화점 업계의 대부 시어스, 휴대전화의 절대강자 노키아와 모토롤라, 에너지 기업의 총아 엔론, 전자제품의 혁신자 소니가 무너진 이유다. 이들은 전략적 목표를 자신들이 그려나갈 미래 비전과 혼동했다. 미래에 대한 혁신적인 솔루션 없이 과거 방식대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독려하는 행위는 갑질로 이어졌다. 결국 몰락을 자초했다.


미래를 만드는 기업만 생존

지금과 같은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 떠오르는 기업들은 단기적 목표가 그들이 그리는 미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미래보다 앞서서 미래를 준비하고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과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 판매로 나오는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애플은 미래의 초연결 세상을 먼저 내다봤다. 애플은 모든 사람을 무선망으로 연결해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고, 그 개념을 담은 휴대전화를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속도의 증가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달로 미래에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유하기보다는 그때마다 필요한 콘텐츠를 구독하는 모형으로 전개되는 미래를 보았다. 이것을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형으로 만들어 전 세계 문화 산업을 장악했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는 온라인 창고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라인 창고인 클라우드의 표준을 선도해왔다.

목표에 대해 시시포스 돌 굴리기를 하는 기업이 전부 망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생존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직접 만들어나가는 기업들은 같은 기간에 생존을 넘어 번성할 수 있다. 이런 기업은 3~5년짜리 전략적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목적 경영’을 한다. 목적 경영은 가치가 담긴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 경영 방식이다.

목적 경영은 초우량 기업이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채택되고 있다. 라젠드라 시소디아 벤틀리대 교수가 발표한 ‘기업의 경영 성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국 S&P500지수에 포함되는 회사들을 목적 경영을 하는 곳과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는 경영을 하는 회사로 나눠 비교했다. 지난 10년간 전략적 목표를 지향한 회사는 주가가 122% 성장했지만, 목적 경영을 한 회사는 8.4배 수준인 1025% 성장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전략적 목표를 지향한 회사는 간신히 생존하는 수준의 성과를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경기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해결책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경영의 방식으로 사용했던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자원을 최적화해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동원하는 방식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자들이 목표 달성이라는 생존을 넘어 목적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그냥 생계를 위해 어렵게 살다가 무너져야 하는지, 또는 미래를 직접 그려나갈 수 있는지, 운명이 이 지점에서 결정된다.

미래를 앞서간 대표적인 회사로 거론되는 애플과 넷플릭스의 재무 성과를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2017년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15.1%로 세계 2위였다. 삼성이 22.6%로 1위였다. 점유율은 2위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이 순위가 뒤집힌다. 애플은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으로 창출한 영업이익의 86%를 독점하고 있다. 삼성은 총이익의 6%만을 가져갔다. 애플은 미래의 헤게모니를 주도할 개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장악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2017년 매출은 110억달러였다. 매출 증가율은 30%에 육박하고 영업이익 증가율은 7%에 이른다. 유료 회원만 1억4820만 명이다. 넷플릭스가 사내 조직 문화를 정리한 ‘컬처 덱(Culture Deck)’이 있다. 이는 자신들이 그리는 미래를 비즈니스에 적용한 원칙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 원칙은 선도 기업들이 경영 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기술을 앞세워 선두를 빠르게 따라잡는 전략으로 생존 해왔지만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는 더 이상 작동되기 힘든 전략이다. 미래를 앞서가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 가치를 창출하는 가치 혁신만이 기업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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