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합동 훈련 중인 F-15K 편대. 제너럴일렉트릭의 F110-GE-129 엔진을 탑재한 1차 도입분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해외에서 합동 훈련 중인 F-15K 편대. 제너럴일렉트릭의 F110-GE-129 엔진을 탑재한 1차 도입분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1993년 정부는 공군의 노후 기종을 적시에 교체하기 위한 FX(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까지 총 120대의 4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고등훈련기,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처럼 동시에 추진 중인 여타 프로젝트가 많아 100대로 물량이 축소됐다.

하지만 FX 사업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1997년 외환 위기가 닥치면서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일각에선 전면 취소까지 거론됐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최소한의 전력 유지마저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물량을 40대로 줄여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시는 방산 업체들이 냉전 종식 후의 군비 감축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미국의 보잉, 프랑스의 다소, 유럽의 EADS, 러시아의 수호이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일부 업체가 국내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게재했을 정도로 이들이 벌인 경쟁은 우리나라의 무기 도입사에서 다시 재현되기 어려울 만큼 치열했다. 덕분에 FX 사업은 군을 초월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됐고 온라인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정치권, 언론에서도 상당히 비중 있게 취급했다.

2002년 초미의 관심 아래 보잉이 제출한 F-15K가 차세대 전투기 기종으로 선정되자 여타 업체와 이들을 지지하던 측에서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경쟁 기종의 실망스러운 운용 결과가 알려지면서 이제는 당시의 결정에 대한 논쟁은 거의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도입이 완료된 F-15K는 현재 공군의 중추로 활약 중이다.


2차 도입분 F-15K의 심장인 F100-PW-229 엔진의 실험 모습. 한국 공군의 주력인 KF-16의 엔진이기도 하다. 사진 위키피디아
2차 도입분 F-15K의 심장인 F100-PW-229 엔진의 실험 모습. 한국 공군의 주력인 KF-16의 엔진이기도 하다. 사진 위키피디아

다른 심장을 달게 된 이유

하지만 40대는 한국 공군이 원활히 작전을 펼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었다. 경제 상황이 호전되자 2008년에 손실분 보충을 위한 1대를 포함해 21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2차 FX 사업이 시작됐다. 수량이 1차 사업의 절반이고 공군도 F-15K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별도의 경쟁 없이 기종이 결정됐고 2012년에 도입이 완료됐다.

그런데 같은 기종이지만 발주 시점이 달라서 지상 목표물을 감시, 추적하는 타게팅 포드(targeting pod)처럼 1차분과 2차분에 장착되는 장비나 부품이 일부 차이가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항공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이다. 1차는 제너럴일렉트릭의 F110-GE-129 엔진을 탑재했으나 2차는 프랫휘트니의 F100-PW-229 엔진을 장착했다.

항공기는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엔진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두 엔진의 성능이 그다지 차이가 없는 데다 안정성, 신뢰성도 이미 검증된 상태였다. 그래서 총 60대 중 20대만 다른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정비의 편이성이 감소하고 소모품의 조달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한국 공군의 고민이 담겨있는 선택이었다. 현재도 수적으로 주력을 담당하는 전투기가 KF-16인데 당시 여러 문제로 여기에 장착한 F100-PW-229 엔진 부품 확보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에 2차분 F-15K의 심장으로 같은 엔진을 선택하고 함께 도입한 부품으로 동류전환(同類轉換)을 시도해 KF-16의 가동률을 높이기로 한 것이었다.


결함으로 추락해 전원 사망한 에티오피아 항공사의 302편 보잉 737 맥스. 이 기종을 많이 보유한 항공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결함으로 추락해 전원 사망한 에티오피아 항공사의 302편 보잉 737 맥스. 이 기종을 많이 보유한 항공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경제성만 따지기 힘든 이유

물론 이런 방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데다 차라리 1차 도입 때부터 F100-PW-229 엔진을 선택했다면 문제점을 보다 빨리 개선할 수 있었을 것이고 군수 분야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무기를 떠나 항공기의 경우는 여러 단점에도 기종이나 중요 부품의 이원화 정책을 무조건 비판할 수 없다.

항공기는 비행과 관련한 핵심 부품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운항 중지 명령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타 운송 수단과 달리 비행 중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결함으로 아직도 전 세계에서 운항이 금지된 보잉 737 맥스 기종이 그러한 사례다.

그런 점에서 F-15K의 엔진 이원화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같은 엔진을 장착한 전투기의 운항이 전면 중지되면 작전 수행에 커다란 차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군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낭비를 막아야 하지만 국방의 목적이 유사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므로 무조건 경제적 효용성만 고려할 수는 없다.

이러한 대비는 민간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보잉 737 맥스의 운항 중단 조치로 해당 기종의 보유 비율이 높은 저비용 항공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 안에 담지 말아야 한다는 격언처럼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리스크를 분산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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