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2019년 12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2019년 12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어떤 신문은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흑역사’라고 표현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정부의 갑질’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동남아의 그랩과 중국의 디디, 미국의 우버, 자율주행의 테슬라와 웨이모 등 전 세계적으로 혁신이 가장 풍성한 곳이 모빌리티 분야인데, 우리 교통 관련 스타트업의 형편은 말이 아니다.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이 시점에서 지난 4년을 복기해본다.

2015년 12월,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헤이딜러’라는 스타트업이 궁지에 몰렸다. 헤이딜러는 온라인 중고차 경매 사이트였는데, 개정된 법에서 헤이딜러 같은 전자거래 사이트도 3300㎡(약 998평)의 주차장을 보유해야 한다고 정해버린 것이다. 헤이딜러는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마침 정부의 창조경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안이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다행히 국토교통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수정된 해석 덕택에 부활했다. 이익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법으로 스타트업 하나를 거의 망하게 할 뻔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들었으나, 난립하는 중고차 업계를 정리한다는 입법 취지도 있었고 헤이딜러도 잘 살아남았기에 여론은 곧 가라앉았다.

2016년도의 ‘콜버스’ 사태는 택시와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충돌했을 때 국토부가 규정을 고쳐 스타트업의 사업을 금지한 사례다. 콜버스는 택시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심야의 강남에서 합승 버스로 인기를 얻었다. 택시 업계의 반발이 있자 처음에 국토부는 고시를 신설해서 콜버스의 영업시간을 제약했고 서울시는 운행 지역을 강남 3개 구로 제한했다. 국토부는 추가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시행규칙을 고쳐 기존의 운송 사업자만 콜버스를 운행하도록 바꿨다. 전세버스를 이용하던 박병종 대표는 콜버스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합법적 사업이라 해도 택시 업계가 반발하면 해당 스타트업의 사업을 어떻게든 못 하게 만드는 불공정한 행위가 자리 잡은 계기였다.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 운송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예외 조항으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뒀다. 그 조항에 근거해 2016년 설립된 카풀 중개 사이트 ‘풀러스’는 한때 50만 명의 운전자와 50만 명의 승객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투자자들도 시리즈 A에서만 역대 최대 금액인 22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유망했다. 출퇴근 시간의 범위를 놓고 국토부와 갈등을 빚는 와중에 사용자가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직접 설정하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전격 도입하자 서울시가 풀러스를 고발했다. 누구 말이 타당한지 법정에서 가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국회는 2019년 8월 2일 본회의를 열고 출근 시간을 평일 오전 7~9시로 제한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용자의 사랑을 받던 서비스가 시장의 선택이 아닌 규제 신설로 인해 사라졌다. 풀러스는 대표를 포함한 카풀 관련 임직원 모두가 회사를 떠났다.

렌터카와 기사를 함께 빌려주는 모델인 ‘타다’는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 1년 이상 사용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이제 숨이 멎기 직전이다. 택시 사업자의 공격과 모호한 처신을 보인 국토부와 갈등 단계를 지나 이제 국회 본회의 처분만 남았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 국회는 스타트업의 존립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을 없애버리는 개정 작업을 풀러스에 이어 타다에까지 하는 중이다.

창업자들은 사업 모델을 설계할 때 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꼼꼼하게 챙긴다. 필자가 근무하는 비영리법인에서도 구태언 변호사의 도움으로 4년간, 250여 회 이상의 법률 검토를 무상 제공했다. 자금 여유가 있는 회사라면 법무법인에 의뢰해서 제대로 된 검토를 받는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뒤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져 스타트업의 사업을 불법화하는 현 상황에서는 법률 자문이 무력화된다. 특히 기존 사업자들의 집단 저항이 있는 곳에서 스타트업들이 대응할 선택지가 별로 없다.

앞에서 예로 든 모빌리티 분야 사례는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다면 최소한 공정하기라도 해야 할 정부가 기존의 이익집단에 유리하도록 규칙을 고친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아서 졌다면 승복하겠는데 정부가 불공정 개입을 해서 졌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스타트업 훼방꾼 된 정부

개인택시 기사의 생존권 문제는 그들의 손실이 확정되는 시점에 사회복지 예산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인데, 이를 혁신의 수단인 모빌리티 도입과 제로섬 게임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정책을 입안하기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고 계속 꼬여만 간다.

창업 의지를 줄이는 가장 큰 훼방꾼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창업자들이 고민하는 ‘지금이 맞는 타이밍인가?’ ‘내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이 실제로 존재할까?’ ‘매출을 일으킬 때까지 버틸 자금이 있는가?’ 등은 모두 실패라는 근원적 두려움에서 파생한 이차적 두려움이다. 이제 여기에 더해 사업모델 검토를 아무리 대형 로펌에 맡겨 합법하다는 의견을 받아도, 없던 규제까지 신설해가며 실패하게 만드는 경우의 수도 고려해야 한다.

창업을 주저하게 만드는 두 번째 이유는 창업자의 길이 너무도 힘들다는 점이다. 경험도 자원도 없는 젊은이들이 사업을 시작하면 매출 압박, 사람 고민 등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 이제 여기에다 불법을 예단한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예상해야 한다. 공부만 하며 곱게 자란 젊은이들이라 형사범 취급을 받으면 많이 떨릴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아직 잘 모른다. 전 세계가 스타트업 창업자를 모셔가기 위한 유치 경쟁을 펼친다. 12월 9일 현재 시가총액 순위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7개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스타트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검증됐다. 게다가 대한민국 창업자들의 경쟁력도 상당히 높다. 우리가 중국·인도를 제치고 미국 유학생 1위를 기록했던 2008년 무렵,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유학 교환학생 시절을 보냈던 꿈나무들이 지금 스타트업의 주요 구성원이다. 외국 생활을 전혀 안 한 국내파들도 영어를 잘하고 자기표현이 확실하다. 요즘은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가 X세대보다 경쟁우위에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들이 우리의 미래다.

정부는 혁신을 말하고 유니콘이 열 개나 생겼다며 자랑한다. 연말이면 스타트업을 표창하고,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 민간사절로 수행시킨다.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대표도 불과 6개월 전, 대통령의 핀란드 국빈방문 시 수행단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정작 스타트업을 가장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방해하는 것도 국회를 포함하는 광의의 정부다. 창업자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야 비로소 귀한 줄을 알 것인가? 우리 사회가 창업자를 존경하고 갈등 상황에서 그들의 편이 돼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