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관련 논문에 따르면 백인 남성의 탈모 비율은 약 40%로 동양인의 탈모 비율 25~30%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탈모 관련 논문에 따르면 백인 남성의 탈모 비율은 약 40%로 동양인의 탈모 비율 25~30%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동양인의 모발 개수는 평균 7만~8만 개이며 모발이 굵고 밀도는 낮다. 반면 서양인의 모발 개수는 10만~12만 개이며 모발이 얇고 밀도가 높다. 결론적으로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모발 수는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모발의 수가 많은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탈모가 많은 이유는 왜일까? 탈모 관련 논문에 따르면 백인 남성의 탈모 비율은 약 40%로 동양인의 탈모 비율 25~30%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한 조사에 의하면 같은 서양인도 유럽인보다 북중미 인의 탈모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유럽→북중미→아시아인의 순서대로 서서히 탈모율이 낮아지는 ‘서고동저(西高東低)’ 형태를 보인다.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탈모가 많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에 의한 환경적인 요인이다. 백인이 주로 사는 지역은 춥거나 습도가 낮고 건조해 탈모가 유발되기 쉬운 환경이다. 이런 기후에서는 모발이 쉽게 건조해지고 푸석푸석해진다. 이로 인해 정전기가 자주 발생해 모발이 손상을 입는다. 그뿐만 아니라 추위에 노출되면 두피 모세혈관 수축으로 모발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감소해 탈모가 발생하기 쉽다.

둘째, 식생활 습관이다. 육류와 밀가루 음식이 주식인 백인은 복부비만이 많고 혈중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 혈류량이 감소한다. 그러면 모낭에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기 어려워 탈모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반면 사계절이 있고 온대 지방에 거주하는 동양인은 육류, 생선, 콩 등의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 과일, 해산물 등 비교적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한다. 모낭에 원활하게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어 모발 건강이 좋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탈모의 확률이 낮다.


사춘기 이른 서양인은 탈모도 빨리 찾아와

서양인은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서양인은 이차 성징이 12세에 시작되는 반면 동양인은 16세에 시작된다. 이차 성징이란 성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다. 남성형 탈모라 불리는 안드로겐형 탈모는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α 환원효소에 의해 전환돼서 발생한다. 이렇게 전환된 호르몬을 탈모의 원인으로 유명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서양인은 동양인보다 탈모가 이른 나이에 시작된다.

마지막 원인은 고령화다. 유럽 등 선진국의 고령화는 아시아보다 일찍 진행됐고 노령층의 인구가 많다. 나이는 탈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모발의 수명은 보통 4~5년 주기로 성장과 퇴행을 평생 20회가량 반복한다. 20회의 모발 주기가 끝나면 모발 수명이 소진돼 성장이 멈추기 시작하고 점점 퇴화한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 모발이 얇아지고 적어지는 것은 당연한 자연현상이다.


▒ 홍성재
원광대 의대 졸업, 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