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수면은 신체를 회복시키고 에너지를 저장해 준다.
충분한 수면은 신체를 회복시키고 에너지를 저장해 준다.

우리나라 사람은 참 부지런하다. 잠잘 시간도 아껴서 공부하고 잠잘 시간도 아껴서 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사람의 수면 시간은 가장 적다. 세계 20개국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 의하면, 무려 한국인 성인의 65%가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호소했다고 하며, 다른 통계에 의하면 성인의 8명 중 1명이 불면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비만, 고혈압, 심혈관 질환, 관상 동맥 질환, 면역 감소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수면 시간이 1시간 줄어들 경우 비만이 될 확률은 20% 증가하고, 미국에서 시행한 연구에 의하면 잠을 깊게 못 자는 사람들은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80%나 높아졌다. 당연히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심장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잠을 7시간보다 적게 자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세배 이상 높아지며, 심지어 백신을 맞아도 효과가 낮다. 수면이 면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수면 시간과 각종 감염질환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5시간 미만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은 감기 외에도 중이염, 폐렴 등에 걸리는 비율이 충분하게 잠을 자는 사람에 비해 80%나 높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고 싶지 않다면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잠을 충분히 그리고 잘 자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수면은 신체를 회복시켜 주고 에너지를 저장해 주며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등의 호르몬을 분비시켜 주고 기억 저장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피로, 주의력 감소, 우울, 졸음 등을 일으킨다.

성인의 권장 수면 시간은 7~8시간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깊은 수면을 1시간 반에서 2시간 이상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가 잠을 자기 시작하면 뇌세포는 활동이 느려지고 뇌파도 느려지게 된다.

깊고, 충분한 수면은 낮에 경험했거나 학습한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이관하고 불쾌한 감정이나 불안한 감정을 덜어주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되기 쉽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연구팀은 치매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실험쥐의 뇌에 주입하고 수면과 각성 동안에 일어나는 이 단백질의 이동을 비교했더니, 수면 동안에 노폐물 제거가 10배 이상 더 활성화했으며, 잠든 뇌가 훨씬 더 많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이 지니는 회복 능력은 사실 신경 활동의 부산물이 깨어있는 동안에 축적되었다가 수면 동안에 깨끗하게 청소되기 때문에 생기는 효과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는 시간을 확보한다고 일찍 잠자리에 눕거나 초저녁부터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원래 자던 시간에 자는 것이 좋다. 또한 잠을 푹 잘 자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잠들기 쉽게 해 주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술을 안 마시면 잠을 못 자게 만들어 마치 수면제 오남용과 비슷한 효과를 내서 불면증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 지나친 흡연이나 카페인 사용도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특히 오후 늦은 시간이나 저녁에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나 커피는 마시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수면 환경이 잠에 영향을 주므로 침실은 조용하며 자극이 없는 간접조명과 시원한 온도를 갖춰 놓는다. 조용한 음악을 듣는 것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만약 이런 환경에서도 불면증이 계속되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치료는 비약물적 치료인 인지행동치료가 우선적으로 권유되지만, 필요에 따라 전문가의 관리하에 단기간에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 김범택
연세대 의대 졸업, 아주대병원 비만 클리닉, 대한가정의학회 교육위원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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