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겨울엔 대륙의 북서풍으로 차고 건조한 대기가 형성된다. 겨울 북서풍으로 유입된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도 받는다. 이와 같은 차고 건조한 대기 상태와 미세먼지는 비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추운 날씨에는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주는 면역이 떨어져 호흡기 감염이 쉽게 일어난다. 또한 추위로 난방을 많이 해 집 안 공기는 따뜻하지만 건조한 상태가 되고, 집 밖과 안의 온도 차이 역시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방에서는 호흡기질환 대부분을 외부 환경인 풍한사(風寒邪·차고 강한 바람이나 기후 조건) 혹은 형한음랭(形寒飮冷·신체를 차게 하거나 지나치게 찬 음식을 자주 마시는 경우)으로 보고, 폐에 영향을 미쳐 기침, 가래,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특히 과로, 과음 등으로 몸의 정기(正氣)가 약한 경우에 호흡기 증상이 더욱 쉽게 나타난다.
집 안팎의 건조한 공기는 코, 기관지, 폐 등 호흡기 점막의 건조함을 유발해 점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이러한 감염이 기존 질병을 급속히 악화시켜 호흡기질환의 급성악화기를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겨울철 호흡기질환 예방법은 생활면에서 건조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난방에만 중점을 두게 되는데 이와 더불어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에 적당한 습도는 40∼60% 정도인데, 겨울철 실내 습도는 평균 20%에 불과하다. 실내 온도를 영상 23℃ 이상으로 올리게 되면 습도는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난방할 때는 꼭 가습을 해줘야 한다.
또한 열을 뺏기지 않도록 창문을 닫아두는 경우가 많아 실내 공기가 나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환기를 통해 공기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좋은데, 실내외의 온도 차는 환기의 효율을 높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5분 정도 환기해도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감기에 잘 걸리거나 이미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평소 보온에 주의하며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기침과 가래가 많은 사람은 공기가 많이 건조하지 않게 항상 가습기를 틀어주고, 자주 물을 마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호흡기질환을 허증(虛證)과 실증(實證)으로 변증하여 치료한다. 허증은 정기를 부양(扶養)하고, 실증은 산사기(散邪氣·병을 발생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겨울철 호흡기질환에 도움이 되는 한방차 중 생강계피차는 성질이 따뜻해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높여서 면역력을 높여주고,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속이 차서 소화 기능이 약하면서 허약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귤껍질차는 폐의 기운을 잘 통하게 해서 가래를 없애고 기침을 잦아들게 하는 효과가 있어 겨울철 건강관리에 도움 된다.
▒ 이범준
현 대한한방내과학회 부회장, 현 대한암한의학회 이사, 현 대한한방알레르기 및 면역학회 이사, 현 대한한의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