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크게 예시, 욕망 성취, 현실 반영 등 3가지 기능을 갖는다.
꿈은 크게 예시, 욕망 성취, 현실 반영 등 3가지 기능을 갖는다.

꿈 이야기를 해보자. 누구나 꿈을 꾼다. 꿈을 안 꾼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보통 하룻밤에 5~7번 정도 꿈을 꾼다고 한다. 수면 상태의 뇌파를 보면 렘(REM·Rapid eye movement sleep)이라고 하는 빠른 안구 운동이 나타나는데, 이때가 꿈을 꾸는 시간이다.

꿈은 신비한 현상이다. 잠이 들어 의식이 사라진 상태에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꿈은 내 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세계이며 나도 모르는 세계이며 비논리적이고 혼란스러운 세계다. 어떻게 보면 꿈은 정말 아무 뜻도 없이 뒤죽박죽이고 무의미한 잡념처럼 보인다.

하지만 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 연구에서 렘 수면을 박탈시켜서 꿈을 꾸지 못하게 하였더니 몇 명의 피검자들에게서 정신병 같은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꿈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 우리의 정신을 조화롭게 해준다.

꿈이 처음으로 과학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것은 프로이트가 1900년 ‘꿈의 해석’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꿈 이론의 핵심은 꿈은 무의식의 작업이라는 것이다. 꿈은 그 사람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주고, 성장을 돕는다고 한다.

꿈은 크게 세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예시’ ‘욕망 성취’ ‘현실 반영’이다. 돼지꿈을 꾸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해석은 꿈의 예시 기능을 의미한다. 또 배고파서 잤는데 꿈속에서 진수성찬을 먹는 꿈을 꾸는 경우가 있다. 간접적이나마 꿈속에서 욕망을 성취하는 것이다.

또한 꿈은 지금 내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교차로를 지날 때마다 파란 불이 빨간 불로 바뀌는 꿈을 꿨다. 이 꿈은 지금 내가 하려는 일에 뭔가 걸리는 게 많으니 주의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신분석에서 꿈 분석을 하는 이유는 현실의 문제에 대해 무의식이 알려주는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서다. 꿈을 잘 분석하면 현실의 내 모습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을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라고 한다.

2021년 새해가 되었다. 새해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왜 현실의 소망을 ‘꿈’이라고 했을까? 소망을 꿈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리나라나 영어권이나 똑같다. 꿈은 내 뜻대로 꿔지는 것도 아닌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나타나는 게 꿈인데 왜 우리의 소망을 꿈이라는 단어로 표현할까. 아마 꿈이 갖고 있는 ‘욕망 성취’의 의미 때문일 것이다.

꿈속에서 배고플 때 진수성찬을 먹고 돈이 필요할 때 땅 속에서 금덩이가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내가 바라는 것이 꿈에서 이뤄지듯이 현실에서도 이뤄지길 바라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꿈은 내 뜻대로 꿔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꿈에서 배고파서 밥통을 열어보니 빈 밥통이고, 돈이 궁해서 땅을 팠는데 십원짜리 한두 개만 나올 수 있다. 우리의 소망도 마찬가지다. 바라지만 뜻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소망을 꿈이라고 했나 보다. 그래도 2021년 새해에 멋진 꿈을 꾸자. 이번 꿈은 반드시 이뤄지리라. Dreams come true!


▒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