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단톡방에서 지인 한 분이 신축년 봄맞이 선물이라면서 무료 사주풀이 사이트를 올렸다. 이런 무료 운세 사이트에서는 대개 좋은 말만 적혀 있기에 망설임 없이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좋은 내용만 적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나야 심심풀이로 이런 무료 운세나 보지만, 사주풀이를 상당히 신뢰하는 분도 많다. 내가 아는 사장님 한 분은 큰일을 앞두고 늘 점을 보러 간다. 사장님은 그 점쟁이(?) 아니 도사님을 철석같이 믿는다. 그분의 운세 예측이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꽤 신빙성이 있나 보다.

사주팔자나 점을 보는 심리는 무엇일까. 핵심은 불안이다.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확실한 것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내 인생이 어찌 될지, 금년은 어떨지, 새로운 사업을 해도 될지,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되는 건지, 매사가 불안하다. 불안의 바다에 희미한 등대 불빛이라도 찾는 심정으로 점을 본다.

점을 보는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선택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까 저럴까 결정하기 어려울 때 운명 예측으로 쉽게 한쪽을 선택한다. 원래 선택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어렵다. 결혼을 결정할 때를 생각해 보자. 성격이 맞을지, 돈은 잘 풀릴지, 일가친척 관계는 괜찮을지, 자식은 문제없을지 고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많은 변수를 어떻게 조정하고 통계를 내나. 그러니 이런 난해한 문제를 ‘사주팔자’ 한 단어로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운세에 의지하는 심정은 선택의 책임을 내가 지지 않아도 된다는 무의식적인 방어 심리도 숨어있다. 실패해도 운세를 못 맞춘 도사님 탓이지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선택했다면 자책과 후회로 힘들겠지만, 믿었는데 실망한 경우에는 남 탓하면 그만이다. 나를 괴롭히는 것보다 남 욕하는 게 더 편하다.


서울에 있는 한 점집.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에 있는 한 점집. 사진 조선일보 DB

불안을 줄이기 위한 운세 예측이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친구가 점 보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간 김에 내 사주팔자까지 봤다. 그런데 헐, 나보고 단명할 팔자라는 거다. 지금이 삼재(9년 주기로 오는 불운한 시기)인데 이 시기에 조심해야 한다면서 혹 원하시면 부적이라도 할 거냐고.

심심풀이 호기심으로 따라갔다가 졸지에 ‘단명’이라는 단어에 걸려서 영 찜찜했다.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느라 한 달은 걸린 것 같다. 다른 점쟁이를 찾아가 볼까, 차라리 부적이라도 할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불안한 생각은 초전박살 내야 한다.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도리도리해서 없애야지 아차 하는 순간 불안이 넝쿨처럼 자라나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점쟁이 말 한마디에 불안하긴 했지만 그 덕분에 새삼 건강에 신경 쓰는 계기가 되긴 했다.

점을 보는 것을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다. 다만 내게 득이 되는 것만 취하고 쓸데없이 불안을 조장하는 말은 무시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필수인 것 같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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