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세상이 흉흉하다. 엽기적인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범인은 20대 청년인데 살인 후에 그 집에 머물면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범죄 프로파일러들은 그가 소시오패스일 것으로 추정한다.

뉴스를 보면 소시오패스(sociopath)니, 사이코패스(psychopath)니 하는 용어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정신의학계에서 사용하는 정식 진단명이 아니다. 사실 범죄자가 소시오패스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의미가 없다. 진단 기준이 없으니 ‘맞다’ ‘아니다’ 구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달, 양아치가 진단명이 아니듯이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일반 사회에서 통용되는 단어일 뿐이다. 그 둘의 정식 진단명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중에서도 특히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전혀 없는’ 사람을 칭할 뿐이다.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헷갈린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느 조폭 영화에서 조폭 한 명이 자기를 건달이라고 안 부르고 양아치라고 불렀다면서 다른 조폭을 두들겨 패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건달하고 양아치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아했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도 그와 비슷하다. 건달이나 양아치가 그게 그것인 것처럼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도 명확한 구분의 기준도 없고 구분할 필요도 없다. 둘은 같은 뜻이라고 보면 된다. 굳이 구분하자면 건달보다 못한 놈을 양아치라고 하듯이 소시오패스보다 더 잔인한 놈을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소시오패스는 나쁜 짓인지는 알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면, 사이코패스는 자기가 하는 짓이 나쁜 짓인지도 모른다는 차이랄까. 또한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더 똑똑하고 냉철하고 더 잔인하고 아예 감정이 없는 로봇 같은 이미지로 표현된다. 어찌 됐든 이제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뇌 구조가 이상한 인간종’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중에서도 특히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전혀 없는’ 사람을 칭한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 중에서도 특히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이 전혀 없는’ 사람을 칭한다.

인간에게는 동물적 본능을 통제하는 중요한 정신 기능이 있다. 그것이 바로 초자아다. 초자아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만든 심리학 용어로 도덕, 윤리를 담당하는 정신 기능을 말한다. 본능과 욕망을 통제하고 선을 추구하는 역할을 한다.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가 초자아의 슬로건이다. 초자아는 나쁜 짓을 못 하게 하는 내 마음속의 경찰관이자 착하게 살라는 양심의 소리다. 초자아가 없으면 죄의식이 없어 욕망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죄는 미워해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불우한 환경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죄를 지은 것이니 불쌍히 여기라는 뜻이겠지만 옛날 말일 뿐이다. 지금은 다르다. 뇌 구조에 초자아가 아예 없기에 회개 기능이 전무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회개 제스처는 처벌을 줄이기 위한 또 하나의 거짓말일 뿐이다. 이제는 초자아가 아예 없는 사람, 그래서 회개가 불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세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