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오른쪽) 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 센터장이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H+ 양지병원
김용진(오른쪽) 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 센터장이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H+ 양지병원
김용진 H+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 충남대 의학사, 울산대 의학석사, 순천향대 의학박사, 현 미국 SRC 마스터, 전 순천향대 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 전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교수
김용진 H+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
충남대 의학사, 울산대 의학석사, 순천향대 의학박사, 현 미국 SRC 마스터, 전 순천향대 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 전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교수

“고도비만 환자들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탈 때, 길거리를 지나갈 때 등 일상 곳곳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고도비만 수술’은 일상을 회복할 열쇠입니다.”

국내 고도비만 수술 분야 권위자인 김용진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비만 수술은 단지 체중을 줄이는 치료가 아니라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열쇠”라면서 “비만 수술은 당뇨 등 동반 질환을 극복하는 한편 자신감을 찾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비만 합병증 심각…코로나19에도 치명적

비만은 식생활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질환이다. 비만과 동반해서 오는 관련 질환들도 적지 않다. 비만 환자는 정상 체중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주요 3대 동반 질환인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발병 위험이 14배가량 높아진다. 수면 장애, 수면무호흡증 발병 확률도 높아진다. 여성 고도비만 환자는 생리불순, 난임을 겪기도 한다.

비만 관련 질환이 많을수록 수술 가능성은 커진다. 통상 과체중 기준을 판단할 때 체질량(BMI) 지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BMI 25 이상은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정의한다. 김용진 센터장은 “보통 BMI 30 이상으로 키 165㎝에 몸무게 90㎏ 이상 환자가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질환을 갖고 있다면 수술을 검토할 단계”라며 “수술하면 체중이 줄어 비만이 해결될 뿐 아니라 갖고 있던 당뇨와 고지혈증, 신장 질환도 덩달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만으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김 센터장은 “수면무호흡증은 40~50대 급사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수면무호흡증 소견이 있는 환자들은 식생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은 비만 환자에게도 치명적이다. 김 센터장은 “비만 환자는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코로나19에 취약한 만성 질환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며 “환자는 체내 염증 수치가 높고, 면역력 약화로 코로나19 방어 능력이 떨어져 감염 시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10명 중 거의 8명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3~12월 238개 병원에 코로나19로 입원한 성인 14만84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김 센터장은 “비만은 코로나19 위험성을 높이고, 만성 질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면서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건강한 식습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만 수술 후 당뇨병 개선 효과도

최근에 많이 시행되는 고도비만 수술은 두 가지다. 위 크기를 줄이는 ‘위절제술’과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바꾸는 ‘위 우회술’이다. 김 센터장은 “위절제술은 위를 수직으로 잘라서 바나나처럼 만드는 것이고, 위 우회술은 위를 아래와 위로 분리해서 식도와 연결되는 위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고 음식물이 위에서 바로 소장으로 내려가도록 만드는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위 우회술은 당뇨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수술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지난 2012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발표 자료에 따르면 BMI 35 이상인 비만·당뇨 환자들에게 각각 약물 치료와 위 우회술을 받게 하고 1년 후 예후를 살펴본 결과, 비만 수술인 위 우회술을 받은 환자들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김 센터장은 “당화혈색소는 당의 양을 측정해 당뇨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만성혈당 조절과 합병증 위험 정도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라면서 “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합병증 발생이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도비만 수술 시 숙련된 전문의를 만난다면 고도비만도 치료하고 당뇨 등 동반 질환도 고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미국당뇨협회 표준진료지침에서는 비만대사 수술 권고 등급이 변경됐다. 2017년 가이드라인에는 적극적 비만 치료(수술 포함)가 필요한 기준이 BMI 32.5~37.4였다면, 올해 가이드라인에서는 BMI 27.5~32.4로 확대됐다.

김 센터장은 “기존에는 BMI 27.5~32.4 구간 환자들의 수술 권고 수준이 추천된다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기준으로 변경됐다”면서 “앞으로 수술 대상자가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료계도 고도비만 수술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국내 1호 ‘마스터 서전’…美 교과서에도 등재

김 센터장은 지난해 미국 외과 수술 평가 인증기관 SRC(Surgical Review Corporation)로부터 국내 의사로는 처음으로 ‘마스터 서전(Master surgeon)’에 선정됐다. SRC는 외과 수술 평가와 환자 안전 및 환자 관리 시스템을 감독하는 기관으로 철저하고 독립적 검증 시스템을 자랑한다. 인증 기준은 병원 인력 구조, 수술실 시스템, 환자 이동 경로 등 총 9가지 평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미국비만대사외과 교과서 2판에 김 센터장이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가 인용되기도 했다. 비만대사 부문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 교과서에 등재된 것이다. 이는 한국 비만 수술 부문 권위자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 센터장은 “마스터 서전 인증, 미국 교과서 등재는 개인적으로 큰 영광으로, 지난 10년간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난다”며 “무엇보다 함께 고생한 병원 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수술 전략을 고도화해 고도비만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2009년부터 고도비만 수술을 시작해 현재까지 3000건 이상, 연간 500건이 넘는 수술 건수와 관련 합병증 수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는 단일 고도비만 수술 건수로는 국내 최다 수술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