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의처(부)증의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부정(不貞) 망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심한 의처(부)증의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부정(不貞) 망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한 남자가 상담 카페에 고민의 글을 올렸다. ‘아내의 의심이 정말 심합니다. 출장을 가게 되면 출발할 때 전화, 도착하면 전화, 심지어 회의 중에 통화 버튼을 몰래 눌러 회의 내용이 들리게 해줘야 안심합니다. 아내는 자동차 조수석의 의자가 약간 뒤로 젖혀져 있는 사소한 것조차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항상 의심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좋아질 수 있을까요?’

겉으로 잘살고 있는 듯 보이는 부부지만 속으로는 이런 의심증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심한 의처(부)증의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부정(不貞) 망상’이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망상으로 배우자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도 믿지를 않는다. 치료도 쉽지 않다. 살면서 의처(부)증에 한 번이라도 빠지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행운 중의 행운이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 번쯤은 배우자를 의심하게 된다. 혹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많은 부부가 의심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한다. 문제는 의심의 정도다. 혹시나 했다가 금방 아닐 거야 하고 도리질해서 벗어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 그때는 정말 괴롭다. 그렇다고 배우자에게 확인할 수도 없다. 괜히 자기만 의심증 환자처럼 보일 수 있고, 물어봤자 진실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이 상태에서 더 나가게 되면 진짜 증거를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메일을 뒤지는 등의 적극적인 증거 채집으로 진행한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증거를 찾았다 싶으면 대놓고 추궁하고 감시한다. 이때부터 결혼생활은 지옥이 된다.


도리도리 초전박살

과거에는 의처(부)증이 성격에 문제가 있는 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건강하고 평범한 부부 사이에서도 쉽게 나타나고 있다. 세상이 변해서 그렇다. TV를 틀면 나오는 불륜 드라마, 애인 하나 갖는 것을 취미생활인 양 여기는 ‘내로남불’ 분위기, 섹스를 행복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이들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되어 쩔쩔매는 우리들이다. 게다가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은밀한 만남을 쉽게 해준다. 평범한 부부를 의심증 환자로 만드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불안한 세상에서 의심증 예방법은 없을까. 의심증은 처음부터 망상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작은 의심의 싹에서 시작된다. 그 싹이 점점 커지면서 얽히고설킨 망상의 넝쿨이 된다. 그러니 의심의 싹이 나오는 순간 바로 잘라내야 한다.

‘도리도리 초전박살!’ 의심증을 예방하는 최고의 문장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모두 다 내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몸이 바이러스에 걸리듯이 내 생각도 나쁜 바이러스에 걸린다. 의심증은 바이러스에 걸린 생각이다. 즉 나쁜 바이러스가 만든 병든 생각이다. 의심이 되는 순간 빨리 이렇게 외쳐야 한다. ‘이 생각은 내 생각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만든 생각이다!’ 그리고 1분 내에 도리도리하고 초전에 박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