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과거 한 자녀 갖기 정책을 시행하던 때부터 ‘계획생육’이라 불리는 중국의 출산 정책은 단순한 구호나 권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여러 가지 당근과 채찍을 들고 국민이 출산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을 독려했다.
가령 중국 계획생육의 근거법인 ‘중화인민공화국 인구와 계획생육법(中華人民共和國人口與計劃生育法)’ 제27조는 ‘독생자녀부모광영증(獨生子女父母光榮證)’ 제도를 규정했다.
독생자녀부모광영증은 한 자녀 갖기 정책 시행 기간에 자발적으로 자식 한 명만 낳은 부모에게 국가가 수여하는 영예 증서다. 이 증서를 받은 부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한 자녀 부모 장려금을 수령할 수 있다. 그리고 증서를 취득한 부모의 유일한 자녀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
2015년 법 개정으로 두 자녀 갖기가 허용되면서 이 영예 증서의 발급 건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중국 허베이성은 2019년 3월 15일부터 증서 발급을 아예 중단했다.
계획생육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출산 정책을 위반해 낳은 아이는 ‘초생(超生)’이라고 불렸다. 초생에 해당하는 아이는 불이익을 받았는데, 정상적인 루트로 합법적인 호구를 취득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는 호구가 없는 사람을 ‘흑호(黑戶)’라고 부른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인구조사에서 호적에 관한 자료나 호구 카드, 신분증 등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다. 참고로 허가받지 않고 불법적인 영업을 하는 사업체를 부를 때도 흑호라고 한다.
초생에 해당하는 아이, 버림받은 아이, 미혼모의 자식, 관련 증명서를 분실한 사람 등 흑호에 포함되는 사례는 다양하다. 현재 중국 인구 가운데 약 1300만 명 정도가 흑호로 추정된다. 계획생육이라는 엄격한 출산 정책과 철저한 호구 관리 시스템하에서 발생한 중국의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계획생육을 위반한 또 다른 불이익은 사회양육비(社會撫養費) 납부다. 국가의 출산 정책을 위반해 추가적인 양육 자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으니 그에 대한 비용을 분담하라는 취지다. 그간 중국 정부는 계획생육을 위반한 가정에 각 지역의 경제 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책정된 금액을 사회양육비로 부과해왔다.
2021년 5월 31일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회의는 ‘출산과 양육정책의 발전을 통한 인구의 장기 균형 발전 촉진에 관한 결정(關于優化生育政策促进人口長期均衡發展的決定)’을 공포했다. 이 결정에서 중국은 부부가 세 자녀를 갖는 걸 허용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양육비와 초생들에 대한 각종 처벌 규정을 폐지하도록 했다. 또 호구 취득과 취학, 취업 등의 상황에서 가족관계를 반영하는 것도 금지하도록 했다.
2021년부터 시행한 중국의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은 처음으로 출산 정책과 관련해 ‘포용성의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출산율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는 중국이 계획생육을 결국 포기하게 했다. 한 자녀를 둔 부모라는 영예도, 엄격한 출산 제한 정책도, 호구 제도로 인한 불편함과 불이익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어둠의 자식인 흑호도 당당하게 양지로 나올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번주 인기 기사
-
부동산 돋보기 서울 핵심 아파트 잔뜩 생산한 공유수면매립법
-
학원가로 변신한 마포 ‘제 2의 대치동’ 꿈꾸는 마포⋯학원가 임대료 1년 새 18% ‘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유럽 출장 후 경영전략회의 재개 반도체·AI·바이오 新먹거리 찾는 이재용 “기술 초격차” 강조
-
이스라엘 최고 정보부대 前 사령관 나다브 자프리르 팀8 창업자의 경고 “기업이 아무리 돈 써도 100% 보안은 없어…CEO가 직접 챙겨야”
-
[Interview] 74세에 수영복 표지모델 발탁 일론 머스크 母 “여성들이여 SNS에 써라, 당신이 얼마나 멋진지”
-
[르포] K바이오 프로젝트, 홍릉강소특구를 가다 “산·학·연·병원에 주거까지…기술·인력 키우는 클러스터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