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은 주로 음식을 준비하는 며느리에게서 나타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명절증후군은 주로 음식을 준비하는 며느리에게서 나타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엄마 심리 수업’ 저자

추석 때면 예외 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명절증후군. 명절 기간에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육체적, 정신적 증상을 일컫는다. 명절 스트레스는 대부분 며느리에게서 나타난다. 음식 준비와 뒤처리로 인한 과중한 노동, 어색한 친척들과 만남 그 와중에 고부 갈등, 동서 갈등도 생길 수 있다. 물론 남편도 명절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적인 문제와 교통 체증에 아내의 짜증도 받아줘야 한다. 

명절증후군은 신체 증상, 심리적인 증상, 관계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신체 증상은 두통, 소화불량, 피로감, 근육통 등이고 심리 증상으로는 불안, 짜증, 화, 무기력 등이 있다. 관계의 병도 생긴다. 잠재해 있던 가족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하고 우연한 돌발 상황으로 상처받기도 한다. 젊은 자녀들도 스트레스는 마찬가지다. ‘취직했냐’ ‘결혼 안 하냐’ ‘애는 언제 낳느냐’는 질문에 겉은 웃지만 속은 불편하다.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푸념도 한다.

추석이 지났지만, 명절증후군 대처법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만남을 줄이는 것이다. 일박이일간의 가족 모임이라면 하루로 줄이고 하루 모임이라면 반나절로 줄이는 것이다. 가사 노동은 남녀가 반반씩 해서 음식 장만을 여자가 하면 설거지는 남자가 한다. 만나서 하는 대화도 과거 일은 빼고, 정치 얘기 빼고, 대신 남들 얘기나 재미있게 본 드라마, 유튜브 얘기만 하자. 조카들한테도 신상 털지 말고 할 말 없으면 재미있는 스마트폰 게임, 요새 보고 있는 웹툰이나 물어보자.

작년 추석에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웃픈’ 현수막이 걸렸었다. 작년 추석만 그럴 줄 알았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이 누구에게는 아쉽겠지만 누구에게는 반갑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가족이 모이는 문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현상이 더 자연스럽게 되었다. 이제는 ‘신(新)명절증후군’이라는 말도 나온다. 긴 연휴에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후유증이 문제다. 세 끼 식사를 만들어 먹는 대신 기름진 배달음식에 의존하고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며 영상에 빠지고 빈둥빈둥 불규칙하게 생활하니 남는 건 뱃살이고 피로감이다. 연휴 끝에 출근하려면 피곤하고 귀찮고 뭐 했나 싶은 자책만 남는다.

과거는 연휴도 없고 먹을 것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명절은 편히 쉬고 마음껏 먹는 날이었다. 그 고정관념이 아직도 남아있는 게 문제다. 지금은 연휴도 많고 평소에도 먹을 음식이 넘쳐난다. 먹고 노는 명절이라는 인식도 바꿔야 한다. 오히려 이 연휴를 음식을 줄이고 몸을 움직이고 마음의 양식을 쌓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명절은 신선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시간,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 되어야 하고, 몸 대신에 마음과 정신이 살찌는 시간이어야 한다. 대가족이 모이는 명절 문화는 코로나19 시대의 영향으로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했던 명절증후군, 이 단어도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