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8일 중국에서는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월은 여기에(歲月在這兒)’라는 기록 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2019년 신중국 성립 70주년, 2020년 코로나19와의 항전,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 2022년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과 관련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 국민의 생활 변화와 사회 모습의 변천사가 담긴 것이다.
2021년 9월 2일 중국 문화 산업의 실무 총괄부서 격인 국가광파전시총국 사무처는 ‘예능 프로그램과 연예인 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것에 관한 통지(國家廣播電視總局辦公廳關於進一步加強文藝節目及其人員管理的通知)’를 반포한다. 이 통지는 정치적 소양, 도덕성, 예술 수준, 사회 평가 등의 엄격한 기준으로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를 선발하고, 출연자에게 각종 이면계약을 통한 과도한 개런티 지급을 금지하며, 출연자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적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도록 했다.
또 관련 업계 종사자 관리를 강화해 연예인이 인지도를 이용해 부당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시청률, 조회 수 등의 계량화된 지표를 근거로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평가 활동을 진행하며, 관련 산업에 관한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특히 관련 부서들의 관리·감독 역량을 강화해 방송 부문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고, 이데올로기 업무 담당제를 시행하며, 주선율(主旋律)과 긍정적 에너지(正能量) 확산에 최선을 다하도록 했다.
주선율은 테마라는 말이다. 중국에서 주선율 영화는 사회주의 혁명 등 주류 이데올로기를 테마로 한 대작 영화나 이와 관련한 민중의 삶을 조명한 현실주의 영화를 말한다. 시쳇말로 ‘국뽕’ 영화라는 의미다.
‘세월은 여기에’뿐 아니라 반군이 점령한 외국에서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억류된 중국인들을 구출한다는 내용의 ‘전랑(戰狼)2’, 중국의 에베레스트산 등정기를 다룬 ‘등반자’, 비행 중 갑자기 조종석 유리창이 깨진 상황에서 침착하게 여객기를 착륙시킨 실화를 다룬 ‘중국기장’ 등의 영화가 모두 주선율 영화에 해당한다. 사회주의 혁명 과정에서 중국의 문화 사업은 이데올로기를 선전하고 인민을 통합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계획경제 시대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문화 사업에도 시장 개념을 도입하면서 문화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문화 산업에도 이데올로기를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중국에서는 문화산업촉진법을 제정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이 초안은 ① 당·조국·인민·영웅을 노래하는 것 ②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고양하는 것 ③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혁명 문화를 계승하며, 사회주의 선진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 ④ 미성년자의 건강한 성장을 촉진하는 것 ⑤ 과학교육 사업의 발전과 과학기술 보급을 추진하는 것 ⑥ 중화 문명과 다른 세계 문명 간 교류와 상호 교감을 촉진하는 것 ⑦ 기타 국가가 지지하는 정책에 부합하는 우수 작품 등을 주제로 한 콘텐츠 창작을 장려하고 중점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선율 영화는 국제 사회에서 소프트 파워 신장을 통해 중국을 매력적인 국가로 만들려는 중요한 도구다. 우리에게는 그들의 의식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