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은 2021년 9월 9일 국가인권행동계획[2021~2025년](國家人權行動計劃[2021~2025年])을 반포했다. 이 행동계획은 중국 인권 보호의 성과와 의지를 집대성한 문건이다. 2009년 이후 네 번째로 공포된 이번 행동계획의 특징은 환경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환경권은 △오염 방지 △생태환경 관련 정보 공개 △환경 정책 결정에 대한 일반의 참여 △환경공익소송과 생태환경 손해배상 △국토 공간에서의 생태 보호 및 회복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행동계획은 환경 편을 독립된 장으로 규정했다. 기존 행동계획에서 환경권을 ‘경제와 사회문화에 관한 권리’ 편에 포함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제 환경권은 경제와 사회문화에 관한 권리, 공민의 정치적 권리 등 다른 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중국은 환경권의 절차적 보장도 강화했다. 기존 환경권에 관한 규정이 실체적 측면에 치중했다면 이번 행동계획은 알 권리를 통한 환경정보 공개와 환경정책 결정에 대한 참여권이라는 절차적 권리를 규정했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 알 권리와 대척점에 있는 정부와 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 공개 의무를 강화하고, 환경 리스크 평가와 감독 관리에 관한 참여권을 보장했다. 또 환경공익소송과 생태환경 손해배상 제도의 사법적 구제 절차를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환경권 침해에 대해 실질적인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전 지구적인 환경 위기 상황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선언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구 생명공동체 구축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생물 다양성 보장,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등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에 중국의 지혜와 역량을 보태기로 했다.
앞서 2020년 9월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제75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고점으로 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중국어로 탄달봉은 이산화탄소 최고 배출량, 탄중화는 탄소 중립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단전, 제한 송전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조업 중단 소식도 들려왔다. 예년 같으면 국경절 연휴 기간 상하이·선전·광저우 등의 지역에서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았을 레이저쇼가 중단됐고, 관광지 조명 시간도 단축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3층 이하는 엘리베이터 사용을 중단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중국이 호주와 분쟁을 겪으면서 석탄 수입을 제한한 게 부메랑이 됐다고도 하고, 겨울철 난방 공급을 앞두고 사전 민방위 훈련이라고도 하고, 탄소 중립 실현 과정에서 단계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일부 지방정부에 대한 제재라고도 하는 등 그 배경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장차 지구의 평균 기온이 1~2도 더 올라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왜 탄소 중립을 이뤄내야 하는지, 100년 후 지구가 어떻게 변할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수사가 넘쳐난다. 다만 현재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편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도 감내를 강요받아야 할 일상이 될 수 있다. 심각한 성찰과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