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중국 정부는 지속해서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그동안 상하이를 비롯한 자유무역실험구가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평가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중심 역할을 해왔다면 현재 중국 현지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곳은 중국의 하이난(海南)이다. 하이난자유무역항 건설 방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하이난항의 비즈니스 환경을 중국 내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11월 1일부터 하이난자유무역항 비즈니스 환경 개선 조례(海南自由貿易港優化營商環境條例)가 시행됐다. 이 조례는 법치화·국제화·편리화를 목표로 일류 비즈니스 환경을 갖춘 자유무역항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이 조례의 핵심 내용은 ‘확약 즉시 진입’ 제도다. 이는 하이난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필요했던 일련의 허가와 심사 비준 제도를 취소하고 비안제도(우리나라의 신고에 해당)를 수립해, 상사 주체들이 관련 규정 요건에 부합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비안을 하면 투자 영리 활동을 바로 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조례는 일단 토지를 확보하면 바로 필요한 공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담당 부서가 분산돼 있었던 물·전기·가스를 통합 처리하며 종이가 아닌 전자 영업허가서를 도입하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감독 관리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아울러 기업과 정부 간 소통에 ‘유사필응, 무사불요(有事必應, 無事不擾)’를 구현하니 기업이 필요하면 반드시 응하고 그렇지 않으면 간섭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하이난자유무역항의 이런 비즈니스 개선 노력은 ‘방관복(放管服)’이라는 중국 행정개혁 방침의 지방판이라 할 수 있다. 방관복은 중국 행정개혁의 기본 청사진이다.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을 뜻하는 간정‘방’권(簡政放權), 권한 이후에 적정한 관리를 의미하는 방‘관’결합(放管結合),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심화해야 한다는 심화‘복’무(深化服務)의 세 가지 구호에서 한 글자씩을 따왔다. 즉, 방관복은 잘만 입고 뛰면 중국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중국적 특색의 맞춤형 운동복’인 것이다.

다만 중국이 계속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려고 해도 기업이 현장에서 느끼는 개혁 성과는 크지 않다. 이번에 특별히 하이난자유무역항에 대한 조례를 만든 것은 원래 목표했던 국제화 수준보다 목표 달성 성과에 차이가 있고, 하이난자유무역항 외에 다른 성에서도 각종 개혁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하이난항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중국 변호사들을 만나 한국의 중국 투자 방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이난항 개방을 얘기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중국 신설 법인 수 7대 지역을 보면 상하이가 1위였다. 7위는 법인 6개를 설립한 지린성이다. 하이난항의 공격적인 혁신과 개방,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 강화 노력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대부분이 제조업 위주인 점을 생각해야 한다. 하이난항이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인지 접근성 등을 깊게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이 광고하는 이점이 한국 기업에 반드시 기회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하이난항도 방관복을 입고 뛸 수 있음을 우리가 아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