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서울 종로의 식당가에 한 주점이 내놓은 간이 의자가 쌓여 있다.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자영업이 다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 연합뉴스
11월 30일 서울 종로의 식당가에 한 주점이 내놓은 간이 의자가 쌓여 있다.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자영업이 다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 연합뉴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학회 부회장

결국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가 중단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7000명(12월 9일 기준)을 넘어서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국내에 유입되자 방역 당국도 손을 들고 말았다. 정부는 다시 사적 모임 제한 기준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축소하고 방역 패스, 백신 패스 업종을 확대하는 코로나19 특별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코로나19 피해가 크지 않았고 빠르게 예방 접종률이 올라갔기 때문에, 이번 방역 수칙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생업에 피해가 컸던 자영업자나 방역을 위해 휴가나 결혼식조차 자제해 왔던 젊은층의 허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집과 직장만을 오가는 단조로운 삶에 이젠 너무너무 지치고 힘들다거나, 잠도 오지 않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겠다며 자신의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이도 많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감옥으로 만든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불행히도 코로나19의 독성은 아직 우리가 상대하기에는 강하다. 하지만 확실히 처음과는 달라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제치고 우세종이 됐는데, 우려와는 달리 예방 접종을 한 사람이 감염되면 델타 변이와 다르게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한다. 두통과 현기증, 식욕 감퇴, 체력 저하, 기침 등의 증상만을 호소하고 있어 입원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는 자연계에서 흔한 증상이다. 후세로 갈수록 변이가 나타나며 우세종일수록 독성은 약화하고 감염성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는 쪽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 독성이 강해지면 자연히 숙주를 죽여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의 숙주인 인간이다. 인간은 현재 상황을 견뎌 내기에는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너무나 연약한 존재다. 우리는 신체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통해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 암과 싸워야 한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활동은 몸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을 좀먹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우울과 불안은 우리 건강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일정한 공간 안에 우리의 신체를 가두는 것은 형벌과 같을 정도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사회적 고립을 당한 젊은이들이 시위와 폭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가장 좋은 것은 우리 의료 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확진자 규모를 관리하면서 방역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는 매우 유동적인 방역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며, 방역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전문가, 의료 전문가에게 넘기는 것이다.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문가의 말을 정부나 국민이나 잘 존중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최대한의 경제 활동을 허용해야 하는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과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정부의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권위주의 시대 같은 일괄적인 통제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코로나19는 앞으로 짧게는 1년, 길게는 3~5년까지도 우리 사회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심하면 독감처럼 우리와 공존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세심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백신 패스 같은 방역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변이가 생기거나 환자가 갑자기 늘어날 때마다 발동할 비상 계획과 충분한 중병상을 확보하고 역학조사도 현재와는 달리 IT(정보통신)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해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