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중국에는 ‘파란 조끼’라는 자원봉사 단체가 있다. 이들은 날씨 좋은 주말이면 노인이 많이 모이는 공원이나 동네 어귀에 이런 문구가 적힌 입간판을 세워 놓고 봉사 활동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공과금을 납부하기가 어렵나요?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하기가 어렵지는 않나요? 스마트폰으로 장을 볼 수도 있나요? 스마트폰으로 병원을 예약할 수도 있나요?”

스마트폰이 필수가 된 사회에 웬 기본적인 질문인가 할 수 있겠지만, 모두 노인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노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 스테이션을 운영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경제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면서 노인은 스마트 생활 환경에서 소외되거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런 노인 계층을 위한 특별한 배려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사무처는 2020년 11월 24일 ‘노인들이 스마트 기술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곤란을 해결하기 위한 실시 방안에 관한 통지(國務院辦公廳印發關於切實解決老年人運用智能技術困難實施方案的通知)’를 반포했다. 이 통지는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정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외출, 병원 진료, 소비 생활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노인층에서 심화하고 있는 ‘디지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적노화 사회, 즉 노인 친화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게 통지의 주된 목적이다. 이 통지는 전통적인 서비스와 스마트 혁신 간 조화를 강조한다. 일상생활에서 노인에게 익숙한 서비스 형태를 유지해 스마트 장비 사용 과정에서 곤란을 겪는 노인 수요에 대응하도록 했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약관, 통지, 성명 또는 고시 등 방식으로 현금 수령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소매, 식당, 상점, 공원 등 노인의 소비가 잦은 장소나 물, 전기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의 제공, 행정 서비스와 관련한 비용 수납 등 영역에서는 현금이나 은행 카드를 통한 결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핀테크 관련 표준 시스템을 개선해 금융기구, 비은행 결제기구, 온라인 쇼핑 등에서 사용자 등록 방법, 은행 카드 연동 방식과 결제 과정을 개선하고 노인을 위해 큰 글자 버전, 음성 지원, 소수민족 언어 지원, 간이 버전 등 ‘적노화’ 모바일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도록 했다. 나아가 모바일 뱅킹 시스템을 더욱 사용하기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 스마트 장치가 노인의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이 기술을 꾸준히 개선해 노인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서울 어느 시중은행 점포가 폐점하면서 디지털 은행으로 바꾸겠다고 공고하자 지역 노인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노인 입장에서 동네 은행이 없어지는 건 익숙한 것을 상실하는 아쉬움 정도가 아닌 미지의 새로움과 맞닥뜨려야 하는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가는 곳마다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터치스크린을 보는 노인의 심정은 어떠할까. 노인은 다른 부류의 사람이 아닌 필연적으로 도래할 우리의 미래 모습이다. 노인이 대접받는 사회는 미래의 내가 위로받는 사회다. 2022년에도 눈앞에 펼쳐질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럴수록 미래의 내가 더 위안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