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M 부장은 최근 추워진 날씨에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양손이 하얗게 되고 저리는 통증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을 하며 장갑도 껴보았지만, 손이 뻣뻣해지고 심하면 파랗게 변하기까지 했다. 그는 결국 통증을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았고, ‘레이노 증후군(Raynaud’s syndrome)’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침마다 마시던 커피를 포기하고 고혈압도 아닌데 혈압약을 복용하니 증상이 좋아졌다.
겨울철이 되면 병원에는 이유 없이 손발이 시리거나 뻣뻣해지는 레이노 증후군 환자가 증가한다. 레이노 증후군은 추위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손이나 발가락의 말초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해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증상이다. 피부색이 처음에는 하얗게 변하고 손발 저림이 생기다가 심하면 청색증과 통증이 동반된다. 이런 증상은 일반인의 경우 대개 따뜻하게 해주면 바로 완화되지만, 레이노 증후군 환자들은 따뜻하게 해줘도 혈관 수축 자극이 10~15분가량 지속돼야 풀린다. 따라서 증상이 심해지면, 손톱·발톱 주변에 만성적으로 감염이 생기거나 손가락 끝에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레이노 증후군은 원인 질환의 유무에 따라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 환자의 70%는 특별한 원인이나 기저질환이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레이노 현상 환자다. 이들은 대개 중년 여성이 많고, 증상이 심하지 않고 치료에 잘 반응한다. 일차성 레이노 증후군은 온도에 대한 혈관의 과도한 반응으로 인한 일종의 혈액 순환 장애다. 추위나 스트레스 등의 자극 때문에 말초 혈관이 적절히 수축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레이노 증후군 환자는 약간의 온도 변화에도 말초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해서 손발이 시리고 통증, 저림,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출산, 폐경 등과 동반되는 것으로 보아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당뇨병, 고지혈증 등 다른 대사성 질환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차성 레이노 증후군은 전신성 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류마티스 질환, 죽상동맥 경화증과 같은 혈관 질환, 말초 신경 질환, 진동 등에 의한 외상, 베타 차단제 등의 약물 등이 원인이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노인이나 남성에서 나타나거나, 류마티스 질환, 말초 동맥 폐쇄가 의심되는 경우, 이차성 레이노 증상을 의심하고 자세한 검사를 해야 한다. 진단은 보통 4~6°C 정도의 냉수에 2분 동안 양손이나 양발을 담근 뒤, 피부 온도 측정계나 체열 측정기로 피부 온도의 회복 과정을 관찰하거나 양손과 양발의 혈류를 측정해서 관찰하는 검사를 한다.
가벼운 레이노 증후군의 경우는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진다. 추울 때는 외부 활동 삼가고, 외부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는 장갑, 장화, 휴대용 난로 등 방한용품에 신경을 쓰면 좋다. 추위에 노출되면 바로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 손가락을 흔들거나 팔을 돌려주거나 따뜻한 물에 손이나 발을 담그고 움직여주면서 증상을 완화한다. 흡연과 커피, 녹차, 초콜릿 섭취는 삼간다. 레이노 현상이 있는 사람은 겨울에 얼음이나 얼린 음식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유의한다.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치료에는 혈관을 확장하는 칼슘채널차단제, 프로스타글란딘 등 여러 약물이 사용되며,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혈관을 수축시키는 교감신경을 절제하는 수술도 한다. 혈압약 가운데, 칼슘 길항제나 알파 차단제는 말초 혈관을 확장해서 레이노 증상을 완화하므로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베타 차단제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다른 혈압약으로 약물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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