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동네에 다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반복해서 사람들에게 1층으로 내려와 핵산 검사를 받으라는 외침이 들린다. 긴 줄에 섰다. 핵산 검사를 하는 여성은 한 사람씩 검사를 마칠 때마다 힘을 주어 소독약을 자신의 의료용 장갑에 문질러 댄다. 나는 그 서늘한 향을 맡으며 그녀의 손이 이미 파랗게 얼어붙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2021년 12월 31일 흘러가는 해의 마지막 황혼, 저녁 빛이 곧 내려앉을 것이다. 테라스에서 바라보니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도시에는 더 이상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던 저녁은 없을 것 같다. 죽음 같은 침묵이 사람을 당황스러움을 넘어 두렵게 만든다.”

잔잔한 수필의 한 토막 같은 이 글은 중국 시안(西安)의 기자 장슈에(江雪)가 쓴 장안십일(長安十日)이라는 글의 한 토막이다. 잠잠하던 중국 1000년 고도(古都) 시안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시안은 도시 봉쇄라는 가장 강력한 방역 조처를 했다. 도시에 갇혀 버린 장슈에는 당시 그 기간에 자신의 담담한 소회를 인터넷 공간을 통해 풀어냈다.

장슈에의 글은 중국 우한(武漢)에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초기에 ‘우한일기’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을 알렸던 작가 팡팡(方方)의 글과 비교됐다. 중국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두 사람의 글 중 어느 것이 더 사실에 부합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과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중국 헌법 제2장은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한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한 권리를 향유하고 동시에 헌법과 법률에 규정한 의무를 이행한다(제33조).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행진과 시위의 자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5조). 표달권이란 ‘표현하여 도달한다’는 말로, 중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뜻한다. 중국의 국가인권행동계획(國家人權行動計劃·2021~2025)은 명시적으로 표달권을 언급하고 있다. 즉, 중국은 공민의 표달권과 감독권을 법에 따라 보장하고 있다. 표현 수단을 풍부하게 하고 공민의 바람을 표현하는 채널을 활발하게 해 공민의 감독이 국가 감독 시스템에서 작용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또 법에 따라 온라인 표달을 보장하고 규범화한다. 법에 따라 인터넷을 잘 구축하고 활용하게 해 공민이 온라인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바람을 표현하고 제안과 건의를 하는 데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터,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통해 민중의 의견과 건의를 전면적으로 수집하고 적시에 회신할 수 있도록 했다.

인간에게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천부적인 권리라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건 그에 대한 제한과 그 제한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표달권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현실에서 정부 의지대로 구현되는지, 오히려 표달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건 아닌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된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을 두고 어디까지가 사적 대화 영역인지 그런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을 일반에 공개해도 되는지 사회적, 법적 논쟁이 뜨겁다.

다만 진정한 힘은 말하는 데 있는 게 아닌, 남의 말을 들어주는 데 있다는 건 분명하다. 사회적으로 힘없는 사람들은 더욱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높여 그들의 존재감과 안타까움을 알리려고 하는 법이다. 표달권에서 말하려는 ‘표’도 중요하지만 들어주는 ‘달’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