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1은 가격도 문제였지만 전통적인 소총의 모습과 판이한 디자인에군부가 거부감을 표시한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G11은 가격도 문제였지만 전통적인 소총의 모습과 판이한 디자인에군부가 거부감을 표시한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유튜브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무기는 당대 첨단기술의 집합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상대보다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하고 생산한 무기라도 더 좋은 후속작이 등장하면 순식간에 도태되기도 한다. 최초의 대륙 간 폭격기였지만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배치된 지 8년 만에 도태된 폭격기 B-36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군에서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무기라 할 수 있는 총은 의외로 변화가 더딘 편이다. 최첨단 군대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미군을 예로 들면 고정 진지나 기갑 장비 등에 필수적으로 장착된 M2 중기관총은 개발된 지 무려 100년이 넘은 것이다. M2가 탄생했던 1920년대에는 핵폭탄이나 미사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고 M2 중기관총이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여타 총기도 대동소이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총의 경우는 오히려 더했다. 19세기 중반에 탄생한 후 100여 년간 주력으로 사용된 볼트액션소총의 시대를 마감한 것은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자동소총이다. 그런데 자동소총 또한 개발된 지 80여 년 가까이 된 지금도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다.

볼트액션소총은 무연화약, 금속재 탄피처럼 획기적인 성능 개선이 꾸준히 이뤄져 왔던 반면 자동소총은 1944년에 최초로 제식화된 StG44부터 현재 사용 중인 최신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구조나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 무기 분야를 선도하는 러시아군과 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주력 소총이 70여 년 전에 탄생한 AK-47과 M16의 개량형일 정도다.

이는 소총으로 교전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나 조건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더 좋은 소총을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탄생한 FN P90은 PDW (개인방어화기)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명칭이 그럴 뿐이지 축소된 자동소총 또는 성능이 향상된 기관단총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별개로 구분하지 않는 자료도 많다.


1. 2018년부터 일선에 배치된러시아군의 AK-15. 1947년에 탄생한 AK-47의 개량형이다. 그만큼 소총은 변화가 더딘 무기다.2. 외형만으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는 G11 소총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미래 지향적 소총이었다. 하지만 양산에는 실패했다.3. G11과 함께 개발된 DM11탄. 하지만 가격이 기존 소총탄의 30배에 이를 정도로 비쌌다.이는 G11이 실패로 막을 내린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위키피디아
1. 2018년부터 일선에 배치된러시아군의 AK-15. 1947년에 탄생한 AK-47의 개량형이다. 그만큼 소총은 변화가 더딘 무기다.
2. 외형만으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는 G11 소총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미래 지향적 소총이었다. 하지만 양산에는 실패했다.
3. G11과 함께 개발된 DM11탄. 하지만 가격이 기존 소총탄의 30배에 이를 정도로 비쌌다. 이는 G11이 실패로 막을 내린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 위키피디아

혁신적인 성능 보였으나 너무 비싸서 사라진 비운의 소총

이처럼 거대한 벽을 허물기 힘든 소총의 세계에서도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은 혁신적인 걸작이 등장한 적이 있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미래의 총 같았던 헤클러 앤드 코흐 G11(Heckler & Koch G11·이하 G11) 소총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소총이지만 메커니즘이 좀 더 미래 지향적이었다. 일단 외형부터 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G11은 우리가 총이라면 당연히 이런 모양이라고 머릿속에 떠올리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다. 때문에 최신예 소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G11은 상당히 오래전에 개발됐다. 1960년대 말부터 개념 연구를 시작해서 1980년대까지 개발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생소한 이유는 서독군이 채택을 거부하며 양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능이 떨어져 채택이 불발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탄피 탄환을 사용하는 첨단기술이 결합된 미래 지향적 소총이었다. 탄피가 없으면 그만큼 탄의 무게와 크기가 줄게 되므로 더 많은 탄을 장탄하고 사격할 수 있다. 더불어 약실에서 탄피를 축출하는 과정이 생략되므로 총의 무게 또한 줄게 되고 연사력도 향상된다. 하지만 사격 시 발생하는 고열을 일차적으로 방출하고 약실에 재를 남기지 않는 것처럼 탄피를 사용했을 때 누리는 여러 장점은 그대로 살려야 했다. 이러한 난제는 화약으로 탄두를 감싸고 뒤에 뇌관을 장착한 DM11탄이 개발되면서 해결되었다. 그렇게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무려 20년 만에 탄생한 G11은 가히 혁명이었다.

병사가 휴대할 수 있는 탄약량이 1.5배 늘어나고 45~50발 탄창을 사용해 지속 사격 능력도 향상됐다. 더불어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소총을 통틀어 최고인 분당 2200발(3점사 기준)을 발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G11은 시나브로 사라진 비운의 소총이 됐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너무 비싸기 때문이었다. 총도 그렇지만 소모품인 총탄도 문제였다.

탄약인 DM11의 가격이 기존 탄환의 30배에 이르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설령 대량 생산해도 오로지 G11용으로만 사용되기에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문제는 G11이 기존 소총보다 배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능이 좋아도 가격에 비해 메리트가 없었던 것이었다. 좋은 무기는 고급 기술이 투입되므로 비싼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용도나 목적에 비해 너무 과하면 곤란하다. 이는 비단 무기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도 마찬가지다. 특정 소비자만을 위한 고가의 사치재가 아닌 이상 제품은 구매자가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소총은 무기 중에서는 일반재이나 G11은 사치재였던 것이었다. 이는 무기 개발사의 교훈이 됐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