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만 생각하고 몸 관리를 시도하는 경우,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하기 쉽다. 사진 셔터스톡
체중만 생각하고 몸 관리를 시도하는 경우,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하기 쉽다. 사진 셔터스톡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서울대 의학 학사·석사, KAIST 이학 박사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서울대 의학 학사·석사, KAIST 이학 박사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 몸무게를 얼마나 자주 재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특히 경영자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체중이나 혈압, 혈당과 같은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생각을 흔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체중은 과연 지고지선의 목표로서 관리해야 하는 것일까. 나아가 매일 아침 공복에 체중을 측정하는 일은 더 나은 건강을 얻기 위해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사실 체중 측정 자체가 미래의 질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무래도 체중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행동 패턴은 건강을 살피고 챙기는 유익한 행동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하지만 중장년기에 접어들며 만성질환에 대한 걱정이 급선무로 떠오르고,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몰입하면 오히려 생활습관이 틀어질 수 있다. 넓게 보았을 때, ‘적절한 체중 유지가 만성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는 ‘충분한 신체 활동량과 근육량 그리고 과도하지 않은 지방량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여러 가지 생활습관 요인을 체중이라는 한 가지 지표로 환원해버리고 관리를 시도하는 경우에는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하기 쉽다.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한 다음 날 아침에 체중 증가를 발견하면 아침과 점심을 억지로 줄여 먹게 되고, 억눌렸던 식욕은 오후나 저녁에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면, 인위적으로 영양을 억제하는 시간에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근육의 단백질은 순(net) 분해를 겪게 된다. 그런데 이후에 충분한 음식이 다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복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이미 발생한 몸에서는 동화 저항(anabolic resistance)이라는 현상 탓에 이렇게 손실된 근육의 단백질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이후 공급된 잉여 에너지는 다시 복부 지방을 향하게 된다. 그렇기에 체중과 체중의 일차적 요인으로 흔히 생각되는 열량, 음식 조절은 점차 근육만 빠지고 체형이나 내당능 등 대사적 파라미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기업 경영에서도 부차적 지표(surrogate marker)를 궁극적 목표로 오해하고, 주객이 전도된 방향으로 목표를 좇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재무적 의사 결정에 의해 타임라인이나 회계적 파라미터가 먼저 결정된 후 개발이나 생산 등을 여기에 끼워 맞추게 되는 경우 흔히 발생하는 것 같다. 숫자로 적혀 나오는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 때로는 기업이나 조직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펀디멘털에 생긴 악영향은 노후한 송전 설비로 큰 산불을 야기하거나, 잘못 설계된 비행기의 연쇄적 추락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와 경영에서는 어떤 일이 가지고 올 다음 단계의 파급 효과까지 내다보는 소위 이차적 사고의 지혜가 필요해진다. 마찬가지로 많은 연구를 통해 단순한 열량 균형만으로는 체중 조절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다. 수십 년 동안 칼로리를 중심에 놓고 저지방 식사를 추천해 왔던 미국의 비만율이 왜 끊임없이 증가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요한 체중 조절 인자는 탄수화물과 인슐린이다. 비만의 패러다임이 에너지-균형 모델에서 탄수화물-인슐린 모델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탄수화물-인슐린 모델은 결국 균형 잡힌 식사, 가공 곡물이나 단순당을 피하는 자연스러운 식사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자연스러운 식사가 생활습관에 자리 잡으면 체중을 재지 않았는데도 체형이 좋아지고, 나아가 삶의 질이 좋아지게 된다. 최상의 덕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위하여 하는 것도 없다’는 노자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건강 파라미터들을 너무 자세히 관리하고 싶어 하는 경영자들에게 늘 하고 싶은 이야기다.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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