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퇴행성 뇌 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다. 사진 셔터스톡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 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다. 사진 셔터스톡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모나리자’로 유명한 르네상스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영혼이 없는 듯 머리와 손, 사지를 떨면서 움직이는 자들”이라며 특이한 마비 환자를 기록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2세’의 1막 2장에서 요크 공작은 “나는 빨리 그대를 벌하고 싶지만, 이제 느리고 떨리는 내 팔로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구나!”라고 고백하고 있다. 현대 신경학의 대부, 프랑스 의사 샤콧은 이런 증상들을 모아 1817년 하나의 병으로 보고한 제임스 파킨슨 이름을 붙여 파킨슨병이라고 명명했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1000명당 1명이 앓는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이 증가해 60세 이상에서 1%의 유병률을 보이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많은 유명인이 이 병을 앓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세기의 복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무하마드 알리다. 그는 불과 42세에 몸이 굳고 쉽게 움직이기 어려웠으며 안정 시 손 떨림이 생기고 얼굴의 표정이 없어져 가면을 쓴 것처럼 되는 증상이 한쪽으로만 나타났다.

영화 ‘백투더퓨처’로 유명한 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도 불과 30세에 손이 떨리기 시작해 결국 40세가 되기 전에 배우 생활을 접어야 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 화가이자 사회 운동가, 언론인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나혜석 화백은 45세였던 1941년부터 파킨슨병의 증상인 안정 시 떨림이 나타났고 심한 가면 얼굴 증상으로 사람을 만나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파킨슨병을 앓은 사람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돌프 히틀러다. 히틀러는 안정 시 떨림, 앞으로 몸이 굽어지는 양상의 자세 변화, 표정 저하, 느린 움직임 그리고 글씨가 점점 작아지는 증세 등 전형적인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히틀러는 44세인 1933년부터 왼쪽 팔에서 안정 시 떨림이 시작됐고, 1940년대 영상을 보면 오른팔에 비해 왼팔의 움직임이 떨어져 있고, 1945년 3월 영상에서는 왼팔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느리게 걷는 모습이 관찰된다. 이런 파킨슨병이 히틀러의 외골수 같은 고집과 극단적으로 경직된 사고 등에 영향을 주었다는 재미있는 의견이 있다. 그 외에도 로빈 윌리엄스 같은 대배우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같은 유명인들이 이 병을 앓으면서, 파킨슨병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파킨슨병은 운동 장애 이외에 인지 장애, 언어 장애, 심한 우울증도 동반한다. 연하 장애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다가 결국 사망하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맥소롱, 레보프라이드, 할로페리돌 같은 약물을 섭취하면 증상이 심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파킨슨병은 알파 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뇌세포에 쌓이면서 발병한다. 알파 시누클레인이 뇌와 몸통을 이어주는 뇌간에 먼저 쌓이기 시작해 점점 범위가 넓어지다가 중뇌의 흑색질까지 이르러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흑색질의 뇌세포가 50~70% 이상 파괴되면 증상이 생긴다.

파킨슨병은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레보도파 제제가 가장 효과적이나 5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면 약이 듣지 않거나 몸이나 얼굴을 불수의적으로 흔드는 이상 운동증 등의 후기 운동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뇌심부 자극술이라는 수술적 치료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뇌 심부 자극술은 뇌에 일종의 전극을 심어서 뇌를 조율하는 것이다. 각종 떨림에 매우 효과적으로, 완치라고는 할 수 없지만 증상을 조절해 환자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졸업생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맥린병원 김광수 교수 연구팀이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 세포를 역분화시켜 줄기세포로 바꾼 다음, 다시 흑질의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를 만들어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파킨슨병의 임상 치료에 성공했다. 미래에는 파킨슨병도 신장 이식이나 골수 이식처럼 신경 이식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범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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