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중국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드라마 두 편의 링크가 방송을 앞두고 공개됐다. 그런데 이 링크가 공식적으로 활성화되기도 전에 추천 댓글 한 무더기가 달렸다. 드라마가 공개도 안 됐는데, 보지도 않고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댓글들이었다.

온라인 매체에 게시된 글 아래에 댓글을 달면 이 뉴스가 계속 위로 올라가는 듯이 보인다. 이런 모습이 마치 화초에 물을 주면 화초가 자라는 것 같다고 해, 중국에서는 댓글 다는 것을 ‘관수(灌水)’라고 하고 댓글부대를 ‘수군(水軍)’이라고 한다. 댓글 하나에 5마오(10마오=1위안)를 받는다고 하여 댓글 알바생을 ‘우마오당(五毛黨)’으로 부르기도 한다. 5마오는 우리 돈으로 약 100원이다.

중국도 악성 댓글을 지속해서 경계하고 있다. 키보드로 휘두르는 언어 폭력을 계속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문제가 된 댓글은 이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배급하는 쪽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 이런 수군의 행위는 중국 반부정당경쟁법 위반이다. 이 법 제11조는 ‘경영자는 허위의 사실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정보를 만들거나 전파하여 경쟁 상대방의 상업적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지도 않고 수군을 고용해서 댓글을 다는 건 오해를 유발하는 정보를 만들어 경쟁사를 불리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이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런 수군이 날뛰는 것은 수군에게 돈을 대는 전주(錢主), 그리고 전주와 수군을 이어주는 중개상 간 이익 사슬이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 환경에 관한 기본법인 네트워크 보안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개인과 조직은 네트워크 사용에 있어서 헌법, 법률과 공공질서를 준수해야 하고 사회의 공덕을 존중하며 네트워크 보안에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중략)…허위 정보를 변조하거나 전파해 경제질서와 사회질서를 교란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의 명예, 프라이버시, 지식재산권과 다른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하는 등의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한 중국은 온라인 댓글과 관련해 ‘온라인 댓글 평론 서비스 관리 규정(互聯網跟帖評論服務管理規定)’을 두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댓글 서비스란 홈페이지·애플리케이션(앱)·소셜미디어(SNS) 플랫폼과 기타 언론의 기능과 사회적 홍보 기능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에서 댓글·회신·메시지·동영상 댓글 자막 등 방식으로 이용자가 문자·부호·표정·도면·동영상 등 정보를 발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법에 따르면 댓글 서비스 사용자는 법규를 준수해야 하고 법규와 국가의 관련 규정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댓글로 써서는 안 된다.

이제는 사람이 다는 댓글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한 수군 활동도 금지한다. 중국에서는 2022년 3월 1일부터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互聯網信息服務算法推薦管理規定)’이 시행됐다. 이 규정 제14조는 인터넷 댓글부대와 인기 검색어 등과 관련해 기업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용자를 허위로 가입시키거나 이용자 계정을 불법적으로 거래하거나 조작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허위로 추천·평가·리트윗을 하거나 순위·검색 결과를 조작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했다. 키보드가 만들어낸 글자 무리는 예리한 칼이 돼 사람 마음에 생채기를 내곤 한다. 대중을 언론의 피동적인 수령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승격시키는 댓글의 순기능은 보호돼야 하지만 수군의 물이 화초를 죽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