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시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됐다. 황금연휴라는 중국의 노동절 기간에도 각급 지방정부는 사람들에게 가급적 장거리 여행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이에 중국 사람들은 별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지 않은 도시 안이나 근교에 있는 한적한 공원이나 캠핑장을 찾아 하룻밤을 보낸다. 노영(露營)이라 하면 ‘이슬을 맞고 잠을 잔다’는 의미이니, 곧 ‘야영’ 또는 ‘캠핑’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중국의 한 여행 전문 사이트가 발간한 ‘2022년 춘계여행 트렌드 보고’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캠핑 여행 상품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또한 올해 노동절 연휴 앞뒤로 캠핑 장비 구매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대형 텐트, 천막, 캠핑용 테이블, 의자, 침낭 등 제품의 거래액이 약 200% 증가했다. 올해 중국 내 캠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18.6% 성장해 354억6000만위안(약 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시장이 성장하니 아웃도어 브랜드로 투자금도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빗대 ‘캠핑 경제’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캠핑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별도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장비가 없어도 야외에서 식사 정도를 하는 가장 간단한 피크닉 형태도 있고, 대규모 관광지나 전문적인 캠핑 회사가 운영하는 상업적인 캠핑도 있다. 그리고 ‘자연인’ 수준을 요구하는 캠핑도 있다. 이런 캠핑을 위해서는 교외나 저수지 부근, 해변, 섬, 숲 등 서로 다른 환경에 적합한 장비를 캠핑하는 사람이 직접 준비해야 한다. 상당한 수준의 전문적인 지식도 요구된다.
중국에는 캠핑과 관련한 법규도 있다. 중국 민법전 제1176조는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서 일정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문화·체육활동에 참여한 경우에 다른 참가자의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게 되면 피해자는 다른 참가자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청구해서는 안 된다. 단, 다른 참가자가 손해의 발생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면서 위험의 자기 부담 원칙을 규정한다. 자발적으로 캠핑에 나선 애호가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야외 활동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원칙적인 규정이다. 또 쓰촨성은 관할 지역 호수에 관한 환경 조례에 ‘녹화통제벨트’라는 환경보호구역에서는 방목, 야영, 야외 취사, 불꽃놀이, 풍등 놀이 등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는 레저 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풍광 좋은 곳이라고 함부로 텐트를 쳐서는 안 된다.
캠핑 경제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캠핑 사업이 외견상으로는 번창해 보이지만 야영지 임대료, 야영지에 대한 수도, 전기와 야영 장비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기본적인 비용이 많이 든다. 더욱이 캠핑장은 사람들의 재방문율이 낮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서 캠핑업 창업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캠핑과 달리 올해 중국인이 가급적 묵고 싶어 하지 않는 공간은 ‘팡창의원(方艙醫院)’이다. 팡창의원은 2020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해 기존 병원 시설로만은 감당이 되지 않던 응급 상황에서 긴급하게 자원을 투입해 단시간에 건설한 의료 시설이 완비된 모듈 형식의 실외 이동 병원이다. 2022년 중국, 어떤 사람은 집을 떠나 이슬을 이불 삼아 여유롭게 밤하늘의 별을 세고 어떤 사람은 팡창의원에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날만을 손꼽는다. 캠핑 경제와 팡창의원 같은 양극단의 현실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