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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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2022년 5월 29일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로 한국 남자배우 중 최초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로써 송강호는 주연한 작품이 황금종려상(‘기생충’)을 받고, 남우주연상(‘브로커’)까지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되었다. 그가 한국 영화사에서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세운 것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그의 기록 중 가장 영광스러운 기록은 무엇보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관객 수일 것이다.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들로만 총관객 수 1억 명을 넘긴, 대한민국 배우 중 유일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주연했던 영화 관객 수는 1996년 이후 2019년까지 35편으로 총 1억1373만5192명이다. 상영 예정인 영화 ‘브로커’를 비롯해 4편을 더하면 올해도 엄청난 관객이 동원될 것이다.

푸짐한 서민형 인상인 송강호는 순전히 연기로 인기를 끌어당기는 배우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 말처럼 ‘연기가 예술임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배우’다. 꽃미남이 아니어도 최고의 ‘티켓파워’ 스타로 우뚝 선 송강호의 화려하고 독보적인 영화 인생은 그의 얼굴 어디에 그려져 있을까?

송강호는 얼굴에서 이마 부분이 가장 취약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상대적으로 초년이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대학을 중퇴하고, 부산에서 무명 연극배우로 살다가 서울 연우무대에 어렵게 들어갔고, 연극과 영화 단역을 전전하는 20대를 보냈다. 이마가 좁으면 인생 시작이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더 넓고 험한 바다를 헤쳐가는 힘은 이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이마 헤어라인이 하트 윗부분처럼 가운데가 내려왔다. 고전 관상학에서는 이런 이마를 ‘기생의 이마’라고 했다. 그만큼 끼가 넘친다는 뜻이다.

그가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린 것은 31세에 개봉한 영화 ‘초록 물고기’다. 깡패 판수 역으로 출연한 그가 진짜 깡패가 아니냐는 말이 나돌 만큼 ‘신스틸러’ ‘명품 조연’으로 주목받았다.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문성근과 명계남은 영화 홍보 당시 ‘깜짝 놀랄 만한 배우를 발견할 것’이라고 했다.

눈썹에 해당하는 30대 들어서부터 그의 운기는 상승하기 시작한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눈썹 근육을 보면 그가 얼마나 열심히 분투하며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근육은 매사를 돌파하고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 만들어진다. 송강호는 요란하게 드러내며 노력하는 타입이다. 돌출한 큰 관골에서 그게 느껴진다.

눈썹의 앞부분은 잘 누워 정서적으로 안정됐지만 눈썹 뒷부분이 퍼졌다. 누군가가 꽃가마 태워주길 기다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할 거니까 한번 봐줘’ 하며 적극적으로 나선다. 눈꺼풀 부분에 쌍꺼풀이 아닌 실주름이 있어 따져보고 다지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디테일에 강한 계산된 연기는 여기서 나온다. 눈두덩이 넓고 불룩하여 남을 배려한다. 눈 위 실주름과 더불어 날카로운 눈매는 보는 눈이 예리하고 남다른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 눈매가 각이 져 실수하지 않는지 매사 두드리고 또 두드려본다. 눈이 옆으로 길어 멀리 내다본다. 작품을 고르는 그의 선구안이 남다른 것도,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감독적인 시각을 가진 배우’가 된 것도 이 눈에 있다. 눈빛이 눈 밖으로 새어 번득일 때도 있다. 신들린 듯 연기할 때 특히 그렇다. 평소에는 정신과 몸이 건강해 개구쟁이 눈처럼 반짝거린다. 재치가 많은 사람이다. 눈이 짝눈이라 내향과 외향의 양면성을 가졌다. 배역 스펙트럼이 넓고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가능한 송강호 표 연기의 원천이다.

그의 장점은 마음껏 잘 웃는 데 있다. 눈꼬리 주름이 부챗살처럼 위를 향한 것은 그가 파안대소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적당히 흘려 웃으면 눈꼬리 주름이 눈 밑이나 옆으로 길을 낸다. 하지만 눈썹 근육을 들어 올리며 크게 웃으면 주름이 위를 향한다. 눈가 주름이 위를 향해 뻗은 사람은 마흔 넘어 성공한다. 눈두덩과 눈 밑 와잠이 불룩해 스태미나가 좋다.

송강호의 얼굴은 올록볼록 굴곡이 분명하다. 눈두덩이 나오고 눈초리 부분이 들어가고 눈 밑(와잠)이 볼록한가 하면 와잠 아래가 들어갔다. 그러다 관골이 볼록 앞으로 나왔다. 자연으로 치자면 능선과 바위, 언덕 계곡과 시냇물, 작은 연못이 있는 잘 짜인 산 같다. 타인과 교감을 잘하는,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사람이다.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연기의 원천은 이 얼굴 속에 있다.

18세기 스위스 취리히 태생으로 라바터라는 명망 높은 인상학자가 있었다. 그는 시인이고 목사이며 의사였고 웅변가로, 사교계의 유력인사였다. 라바터가 남긴 인상에는 친한 친구인 괴테의 초상화와 인상평이 있는데, 괴테의 얼굴이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와 감성적이며 인간적이라 했다. 당대에 잘 알려진 러시아 카타리나 2세 얼굴은 살이 두둑하게 올랐어도 굴곡 없이 밋밋해 좋은 인상이 아니라고 했다. 만약 그가 송강호의 얼굴을 본다면 ‘참으로 좋은 인상, 바람직한 인상’이라고 했을 것이다.

관골이 크고 둥글어 40대 중반 운기가 강하다. 이 시기에 그는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등 연이은 히트작을 낸다. 관골이 커 옆으로도 퍼져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쪽으로 솟은 관골이다. 버티는 형이 아니라 공격형이다. 어금니를 깨물고 시간을 기다리는 타입이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적극적으로 자가 발전해 자존심도 살리고 명성도 쌓는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도 자기 의견을 적극 얘기하는 사람이다. 관골이 약했다면 오늘의 송강호는 없었을 것이다. 자기주장이 강한 부분은 귀에서도 보인다. 귀가 머리 뒤쪽으로 붙어 앞에서 잘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자기 생각을 중히 여긴다. 하지만 관골이 커 혼자 가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가는 사람이다. 자기주장을 하되 남도 인정해준다.

콧부리 부분인 산근이 들어가 재빠르고 순발력이 있으며 분위기를 바꾸는 유머도 있다. 자기주장이 지나쳐 분위기가 싸해지면 들어간 콧부리(산근, 눈과 눈 사이)에 담긴 유머로 얼른 분위기를 바꾼다. 코가 약간 휘어 당하면 갚아 주는 기질이 있다. 이런 기질을 우리는 영화 속 배우 송강호에게서 보며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코가 관골이나 넉넉한 턱에 비해 뾰족한 편이다. 둘러 가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직진한다. 그런 성정이 영화에서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나온다. 화살처럼 내려온 코끝이 콧방울에 비해 발달했다.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일한다. 코끝이 인중을 잠식해 성격이 급하다. 느긋한 역할보다 내지르고 쏘아붙이고 말을 던지듯 하는 역할이 어울린다. 이런 기질 덕분에 연기가 자연스럽다. 송강호의 인상을 읽어보면 다양한 배역에 본인 특유의 컬러와 톤을 입히는 송강호화한 연기의 뿌리가 보인다.

긴 코끝이 인중을 침범해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이 다른 나이의 운기에 비해 약했다. 블랙리스트로 활동이 주춤했던 시기다. 콧대가 두꺼워 건강하다. 입술선이 또렷하여 달변이다. 웃지 않을 때는 입꼬리가 양쪽으로 처진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턱 가운데 부분에 국자를 엎어놓은 듯 둥글게 살이 붙었다.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다. 목소리가 갈라진 듯 깨진 듯 껄끄럽다. 이 목소리에는 상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카리스마가 있다. 정치인이나 유명 목사 중에 이런 목소리인 사람이 많다.

인중이 짧고 코가 뾰족하고 턱 밑 찰색이 불그레한 걸 보면 조심할 부분도 있다. 턱이 튼실하여 가까운 사람에 대한 책임감은 강하다. 하지만 자신을 단련했듯 혹독하고 엄격할 수 있다. 날카로운 눈으로 약점을 지적하면, 상대가 주눅이 든다. 그러다 보면 소통 부족으로 문제를 키운다. 관객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이와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기 바란다. 지금은 우리 나이로 56세, 뺨의 운기에 해당하는 나이다. 뺨이 통통하고 탄력 있어 운기가 뻗어갈 것이다. 50대 후반과 60대도 송강호는 ‘세계적인 배우’로서 우리의 자랑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