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대구 달성군 옥포읍 송해기념관 외벽에 고(故) 송해를 추모하기 위한 근조 리본과 현수막이 달려 있다. 사진 연합뉴스
6월 9일 대구 달성군 옥포읍 송해기념관 외벽에 고(故) 송해를 추모하기 위한 근조 리본과 현수막이 달려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국민 MC 송해 선생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송해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30년 넘게 웃음과 재미를 주시고 한국인의 정을 듬뿍 느끼게 해주신 분으로, 온 국민이 그분을 애도했다. 송해 선생님의 추모 방송을 보니 실향민으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장면과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아들 이야기를 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왔다.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사신 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별을 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 슬픔을 극복하고 세상에 나가 살아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죽음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죽음을 맞이하는 심리적 상태를 5단계로 설명한다.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1단계는 부정(否定)이다. 죽음이라는 현실을 부정한다. 너무 끔찍한 사실이기에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디 멀리 여행을 갔다고 믿는 엄마도 있다. 간혹 돌아가신 모친의 시신을 방에 놔두고 함께 살았다는 뉴스는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다. 2단계는 분노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용납할 수 없다. 가족이나 치료진을 원망하고 사회를 비난하고 신에게 분노한다. 분노하는 과정 자체가 애도의 한 방법이다. 3단계는 타협이다. ‘내가 착한 일을 하면 고인이 천국에 갈 거야’ ‘더 아프지 않게 가서 다행이야’ 등으로 이별을 합리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타협 단계는 아직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다. 4단계가 우울 단계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극도의 상실감을 느끼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과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겪는다. 마지막 5단계가 수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마지막 수용의 단계까지 잘 넘어오면 다행이지만 그 중간 단계에 갇혀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경우 병적인 애도가 된다. 고인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넘어 무기력, 무의욕 상태가 지속되고 자책과 우울감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애도를 넘어 우울증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런 애도 반응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우울증 치료가 꼭 필요하다.

애도는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 새롭게 영속적인 끈을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처해나가면서 고인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게 하는 과정이다. 

죽음을 수용하는 5단계는 죽음뿐 아니라 심한 상실의 경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송해 선생님은 실향민이다. 선생님은 고향과 어머니를 잃었고 극심한 상실의 과정을 넘으셨다. 그리고 아들까지 잃으면서 또 한 번 고통스러운 수용의 과정을 겪으셨다. 그 고통에서 피어난 선생님의 웃음과 해학 그리고 정이 우리를 울리고 웃게 한 것이다. 감사하다. 온 국민이 송해 선생님을 건강하게 애도하면서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