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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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최근 한 지인을 만났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기적인지 모르겠다. 이타심이 많아지면 사회가 더 선해질 텐데 말이다.”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질문도 했다. “임직원이 알아서 먼저 일하고 솔선수범하며 서로 도우면 좋을 텐데, 내 맘 같지 않더라. 다 이기적이기만 하다. 자신의 것만 챙길 생각을 하지 회사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성품이 좋은 직원을 뽑아야 해결되는 문제인가.”

이에 관한 대답은 다음 이야기로 갈음하려 한다. 이른바 ‘호송되는 죄수의 죽음을 줄인 방법’이다. 과거 영국은 호주를 정복한 후 호주에 인력을 보냈는데, 이때 호주에 가려는 영국인이 적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영국 정부는 죄수들을 호주에 보내기로 했다. 죄수에게 자유를 조건으로 내걸며 호주를 개척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배를 타고 가는 도중 많은 죄수가 죽었다. 호송 인원 4082명 중 498명이 죽었고, 또 한 번은 424명 중 158명이나 죽었다. 이에 아무리 죄수라도 가혹하다는 영국 내 여론이 들끓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영국 정부에서 분석한 이유에 따르면 많은 죄수가 배 안에서 굶거나 병들어 죽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충분한 식량과 약품을 지원했다. 그런데도 사망자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를 파악해보니 선장들이 죄수에게 돌아갈 식량과 약품을 빼돌려 팔았던 것이었다. 선장 입장에서는 죄수가 죽을수록 자신의 이득을 더 챙길 수 있었기에 죄수의 죽음을 방치했다. 죄수를 굳이 살릴 필요가 없던 셈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호송선에 신앙심이 깊은 선장을 배치했다. 그러나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인권 감시관까지 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영국 정부는 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것은 선장의 보수 조건을 바꾸는 것이었다. 선장의 보수를 출항 시 죄수 수가 아닌 호주 땅에 도착하는 살아있는 죄수 수로 계산하기로 했다. 결과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놀랍게도 422명 호송자 중 사망자는 단 한 명이었다. 선장은 자신의 보수를 위해 그들이 죽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문제 해결을 자꾸 인간의 ‘선의’에 기대려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문제 해결 방법은 잘 통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커닝하는 학생이 미국에 가면 커닝을 안 한다. 왜일까. 한국에서는 커닝해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퇴학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가면 더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것도,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더 도덕적이어서도 아니다. 강력한 처벌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사람은 탐욕적이고 악하다고 실망한다. 선한 인격이나 선의를 가진 사람이 많아져야 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사람은 대부분 특별히 선하지도 특별히 악하지도 않다. 그저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다. 이기심은 중립적이다. 그것을 선한 방향으로도 악한 방향으로도 이끌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요 시스템의 힘이다.

그러므로 리더가 개인의 인격이나 충성을 기대하고 실망하면 경영을 지속하기 어렵다. 기업이든 국가든 경영을 잘하는 리더는 개인의 이기심을 자연스럽게 조직의 목표나 선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과 인센티브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설계해 실행한다. 이때 시스템이란 꼭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리더는 다양한 실험과 벤치마킹을 통해 최적의 정책과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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