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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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최근 경영자들과 이야기해보니, 대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구성원들의 ‘로열티(충성심)’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어떻게 로열티를 향상시킬 수 있을까. 한 책을 읽다가 통찰력 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로열티는 ‘관계의 질’과 관련이 있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회사 자체의 미션과 비전, 성장성, 문화, 보상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여전히 그 내부의 구성원들, 특히 리더인 상사와의 관계가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로열티라는 게 돈만 많이 준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인간은 이성적이지만은 않다. 채찍과 당근(보상)만으로 로열티를 향상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뢰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관계의 질을 높일까. 자주 소통하는 것이 좋다. 그 외 관심, 약속을 지키는 것, 믿고 맡기는 것, 어려울 때 돕는 것, 상대를 존중하는 것, 동고동락하며 쌓아진 끈끈함 등이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이다.

나도 지금까지 존경하고 로열티를 가졌던 상사의 공통점을 생각해봤다. 공통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전폭적으로 믿어주며 중요한 일을 맡기고 먼저 챙겨준 상사다. 인간적인 존중이 있었던 상사다. 능력도 있지만, 관대함도 있는 상사였다. 

로열티가 생기지 않았던 상사들도 간혹 있었다. 공통적으로 자신의 라인을 만들며 그 라인이 아닌 사람들을 의심했다. 상대를 통제하려 했다. 어려운 상황이 오면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이나 행동은 용납하지 않았다. 구성원들을 자신의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사들은 대개 퇴임 후에 후배들이 찾지 않는다. 높은 직위에 있었을 때는 사람들이 아부하고 충성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였지만, 그 직위가 사라지면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로열티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어떤 사람은 로열티가 없고 어떤 사람은 있는 게 아니다. 상사나 동료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서 로열티가 생길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 추상적인 회사나 조직이 아니라 함께하는 상사나 동료, 팀원들이 그 또는 그녀를 로열티가 없게도 또는 있게도 할 가능성이 크다. 로열티를 잃는 방법은 단순하다. 의심함, 인색함, 상대를 도구로 이용함, 토사구팽(兎死狗烹), 특정 가신들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고 우대함, 어려울 때 보호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함 등이다.

주의할 점은 로열티의 초점을 리더 개인에게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리더가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하나의 마음으로 조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즉, 리더에 대한 로열티가 회사에 대한 로열티로 연결돼야 한다. 어떤 리더들은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만, 자기 개인에 대한 로열티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라인이나 파벌을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고 조직에 해가 된다.

리더가 유능하고 똑똑하다고 구성원들의 로열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로열티를 키우려면 관계의 질을 높여라. 과감히 크게 쓰고 크게 베풀어라. 더하여 구성원들이 리더 자신에 대한 로열티가 아닌 회사에 대한 로열티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라. 회사의 방향과 목표를 공유하고 이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라. 그러면 그들은 당신 기대의 10배 이상을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