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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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  KAIST 이학 박사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 KAIST 이학 박사

매년 봄과 가을, 일교차가 커질 때면 면역력을 올릴 방법이 건강 관련 기사로 늘 올라오는 것을 본다. 특히 이 시기에는 먹으면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여러 건강보조식품, 특히 비타민제의 광고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품 형태의 무언가를 섭취했을 때 우리 면역 체계의 호흡기계 감염증에 대한 방어력이 개선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많은 이가 사실상 과장 광고를 하는 것인데도, 왜 나는 다행이라고 하는 것일까?

면역력을 실제로 광범위하게 올릴 수 있으면 정말 큰일이 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면역 체계는 크게 선천 면역과 적응 면역이라는 두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선천 면역 체계는 즉각적으로 내 몸속의 고장이나 원래 몸에 없어야 할 침투 물질에 반응하는 시스템이고, 적응 면역은 어떤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 우리 몸을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해 방어력을 쌓는 시스템이다. 두 시스템 모두 평소에는 무척 정교하게 조절되는데, 이 조절이 조금만 무너지면 몸속에는 크고 작은 불이 나게 된다. 선천 면역은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의 장기나 구성 성분을 사람이 아닌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면역 시스템이 무차별 융단 폭격을 쏟아버릴 수 있다. 적응 면역에 이상이 생기면 알레르기 질환과 류머티즘성 질환을 비롯한 수많은 자가면역 질환을 앓게 된다. 

면역력에 좋다는 것들을 먹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영양제’로 팔리는 많은 성분은 정말 심각하게 부족해지면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실제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은 충분한 영양 성분을 이미 몸속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면역력에 좋다는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을 추가로 섭취하더라도 어떤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낼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저 몸속에 머물다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잘 조절되고 있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 다행히도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며, 또 이렇게 효과가 없어서 식품으로 허가받아 판매할 수 있다. 실제로 면역 시스템에 유의미한 생물학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면 식품으로 판매할 수 없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의 잘못된 습관으로 면역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왜곡된 삶의 설계에 의한 심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음주, 정제 곡물과 가공식품 섭취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만성적 상승을 야기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고, 생애주기 전체 측면에서는 만성 염증을 만든다. 길게 보면 우리 몸이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고 있는데도 계속 면역 시스템은 화가 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정작 면역 시스템이 실전에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잘 자고, 잘 쉬고, 잘 먹고, 적당히 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면역력에 대한 조언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매번 언급하는 천편일률적이고 뻔한 조언 같지만, 현대적인 개념의 통계 기법을 사용한 의학 연구가 지난 100년 동안 알게 된, 실제 효과가 있는 유익한 것들을 모아 놓은 것들이다. 결국 과잉과 치우침 때문에 불필요하게 교란된 면역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왕도는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