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임상시험 실패에도 알츠하이머병의 주요인으로 오랫동안 지목됐던 뇌 아밀로이드반을 표적으로 삼는 치매 치료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의 실패로 쓴맛을 본 바이오젠과 에자이에서 공동 개발한 또 다른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약제를 18개월 동안 투약한 경우 위약군에 비해 27% 인지 기능 악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약을 투여받은 21.3%가 부작용으로 뇌부종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을 경험했다. 설령 실용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여러 동반 질환이 많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까다로운 약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꼭 어떤 병에는 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이미 답은 나와 있다. 값비싼 신약을 능가하는 효과를 별다른 부작용 없이도 우리 삶에서 얻을 수 있다. 2017년 랜싯위원회는 다음 열두 가지 인자를 개선하면 치매를 40%까지 지연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음주, 머리 손상, 대기 오염, 교육, 고혈압, 청력 이상, 흡연, 비만, 우울, 신체 활동 저하, 사회 활동 저하를 포함했다.
특히 삶의 방식과 생활 습관은 다면적이고 광범위한 선순환과 악순환을 만들기에, 큰 폭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알려져 있다. 미국의 치매 전문 의사인 딘 세르자이와 아예사 세르자이는 적절한 영양(Nutrition), 운동(Exercise), 긴장 이완(Unwind), 회복 수면(Restore), 두뇌 최적화(Optimize)를 묶어 ‘NEURO(뉴로)’ 플랜으로 칭했다. 이 모든 요인이 개선되면 이미 상당한 인지 저하를 경험한 사람들도 큰 폭으로 삶의 질과 기능이 개선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뉴로 플랜의 요소들은 서로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만성적 수면 부족은 그 자체로 인지 기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혈압을 올린다.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며, 이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랜싯위원회가 꼽았던 주요한 인자들은 모두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한편 사람들은 생활 습관 관리에 대해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돈이나 약효로 치환해 이해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매일 저녁 한잔씩 술을 들이켤 때마다 ‘뇌 독’ 또는 ‘치매 생기는 약’을 먹는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운동을 하거나 건강한 식사 습관을 챙기는 것은 ‘치매 예방약’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미국 러시(Rush)대 연구에 따르면, 인지 기능 개선에 특화된 지중해 식이(MIND 식이)를 가장 잘 준수하는 사람들은 가장 해로운 식사를 지속하는 사람들에 비해 인지 기능 감소 속도가 75%나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레켐비’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셈인데, 참고로 최근 에자이는 ‘레켐비’의 연간 약제비를 1년에 2만6500달러(약 3260만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식사만 확실히 개선하더라도 1년에 몇천만원을 버는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전면적인 생활 습관 개선은 실천에 이르면 사실은 번거롭고 귀찮은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삶의 방향과 맞지 않는 한두 가지 생활 습관 지침은 작심삼일에 그치기 쉽지만, 뉴로 플랜을 실제로 삶에 적용해 본 사람들은 몇 달 안에 전면적인 삶의 질 개선을 느끼고 대부분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꿈의 치매 치료제는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