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체험 마케팅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의 ‘소유 경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무료 체험 마케팅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의 ‘소유 경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주민(31)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불법 다운로드 프로그램 ‘토렌트’의 애용자였다. 주변에 돈을 주고 영상을 사서 본다는 이들이 있으면 ‘공짜가 인터넷에 널려 있는데 왜 쓸데없이 돈을 쓰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랬던 김씨가 최근 넷플릭스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써보니 좋더라’는 것이다. 김씨는 “가입 후 첫 달은 무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넷플릭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한 달 뒤 무료 사용 기간이 끝나 다시 불법 다운로드로 돌아가보니 일일이 검색하고 다운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넷플릭스의 편리함이 그리워 결국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약 3년 전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 넷플릭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인터넷이 발달해 있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채널이 널려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넷플릭스도 한국 시장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바로 ‘무료 체험’이었다. 넷플릭스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국내 이용자는 1개월 무료 체험을 위해 앞다퉈 넷플릭스에 가입했고, 그중 상당수는 넷플릭스의 ‘포로’가 돼버렸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한국 넷플릭스 가입자가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단 한번 써보고 결정하세요.” 제품 구매를 망설이고 있을 때, 이 말을 들은 소비자 중 대부분은 ‘속는 셈 치고’ 사용해보기로 한다. 비용 손실을 감수하고 ‘무료 체험’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의 속내엔, 일단 사용만 하면 자사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경제가 불황일수록 체험 마케팅은 더욱 불타오른다. 지갑을 여는 데 깐깐해진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체험 마케팅이 활황인 것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유튜브도 광고 없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한 달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소비자에게 카메라와 필름을 2박 3일간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을 2년 전부터 운영 중이다.

프리맨 컨설팅의 ‘글로벌 브랜드 경험 연구(Global Brand Experience Study)’에 따르면, 각 기업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중 3분의 1은 향후 수년간 체험 마케팅 활동에 마케팅 예산의 최소 21%, 최대 50%까지 투자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체험 마케팅 이론의 창시자인 번트 슈미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오늘날 소비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 결정자라기보다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존재”라며 “소비자를 체험적 욕구를 가진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케팅 기획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무료 체험이 기업에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한 달 무료 이용’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캡처
‘한 달 무료 이용’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캡처

“이렇게 좋은 제품을 안 사는 건 실수”

소비자에게 무료로 체험할 기회를 주는 것은 한 번 가져볼 수 있도록, 즉 ‘소유’했을 때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 느낌은 큰 힘을 발휘한다. 인간은 가져보지 못한 것보다 가져본 것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일단 자신의 것이라고 판단되면 과대평가하게 되는 경향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실험은 소유의 힘을 증명한다. 탈러 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일부를 절반으로 나눠 한쪽에는 학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줬고, 다른 한쪽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컵을 받은 학생들에겐 최소한 얼마를 받아야 컵을 팔 용의가 있는지 적어내게 했다. 컵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겐 얼마면 컵을 살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 컵을 받은 학생들은 평균 5.25달러를 받아야 팔겠다고 답한 반면, 컵을 사려는 학생들이 적어낸 가격은 평균 2.75달러에 불과했다. 똑같은 컵을 놓고 매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난 것이다.

소비자들이 무료 체험을 통해 제품에 만족감을 느꼈다면, 그 제품의 가치를 실제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게 된다. 이 때문에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났을 때 소비자는 제품이 가치에 비해 가격이 낮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를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위니아가 만든 김치냉장고 ‘딤채’는 제품 출시 초기에 약 200명의 품질 평가단을 모집하고 이들에게 3개월간 무료로 제품을 사용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했는데, 결과는 ‘100%’ 구매였다. 2~3년간 거주 후 구매를 결정하는 ‘애프터 리빙제’ 역시 소유 효과를 기대하고 만든 마케팅이며,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이유도 소유 효과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도 체험 마케팅이 특효약이다. 신제품이나 다소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할 경우 소비자의 선호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이 제품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데다, 쓰임새에 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거부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가 구매를 유인할 수 있는 제품 후기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럴 때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마케팅이 효력을 발휘한다. 체험하기 전엔 제품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지만,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각 적응(sensory adaptation)’이라고 한다. 일정한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이에 대한 민감도가 약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역겨운 냄새가 나는 방에 들어갔을 때, 처음엔 괴로워도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에 무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가 제품인 안마의자를 판매하는 ‘바디프렌드’가 이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오프라인 카페를 연 것이 이에 해당한다.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 시식, 화장품 샘플 제공, 신차 시승 기회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불안감을 없애고, 효용과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친숙함은 저절로 따라온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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